제가 20년간 검찰에 근무하면서
“저 사람, 검사장 달겠구나” 하는 확신을 한 검사는 딱 3명 있었습니다.
부산지검과 법무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문찬석, 한동훈, 이원석 선배.
‘치세의 능신, 난세의 간웅’
한나라 말 최고의 인물평가자로 꼽히는 허자강이 조조를 두고 한 인물평이라는데,
저 역시 그 선배들을 보며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가 될 거란 생각이 들만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능력과 처신술이 빼어남이 있었으니까요.
시대와 검찰이 과연 정의로운가...와 맞물리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제 처지가 위태롭기는 했지만,
계속 승승장구하며 요직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수행하는 선배들이 스스로는 물론 나라와 검찰에 위태위태하다 싶어
멀리서 지켜보던 제가 오히려 더 조마조마했지요.
인사 불만을 거친 말로 토해낸 문찬석 선배의 사직인사에 이런 저런 기사들이 쏟아지고,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역시 각자의 경험, 인상, 진영에 따라 이런 저런 말들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대선 때마다 검찰개혁이 공약이었던 나라에서,
그 시절 잘 나갔던 간부들이
검찰의 조직적 범죄와 잘못에
가담하지 않았을 리 있나요.
어디...
방관하고 침묵한 죄, 막지 못한 죄에서 자유로운 검사는 없습니다.
검찰총장 내정된 윤검사장님에게 “도드라졌던 정치검사들을 제발 버리시라”... 고언드린 메일에 적었던 것처럼
잘 나가는 간부들은 대개 정치검사라 다 솎아내면 남은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게 검찰의 현실이지요.
저와 서지현 검사, 박병규 선배가 고소, 고발했던 피고발인들 이름을 검사장 명단에서 보며
저 역시 입맛이 쓰지만,
검찰 선배들이 대개 그 모양이라
누굴 탓할 수 없네요.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위법하거나 부조리한 검찰 조직문화에 덜 때 묻은 후배들이 선배들의 자리에 올라설 날이 결국 올 테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소동을 후배들은 ‘오십보백보’라며 어이없어 하게 되겠지요.
조금 맘 편하게 지금을 돌아볼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p.s. 거짓말을 한 공직자의 위선이 드러나면, 신용불량자가 된 것이라 언론이 그 말을 더 이상 믿어주지 않을 것 같은데, 계속 믿어주고 공감해주는 기사들을 보면, 언론의 망각이 지나치게 빠른 것인지, 알고도 속아주는 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찬석 선배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았는데, 2015년 남부지검 공보 담당자로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마음을 접었습니다.
혹여 문선배에게 이런 저런 소회를 물어볼 기자분들이 계시면, 김모 부장, 진모 검사의 성폭력을 어떻게 덮을 수 있는지, 왜 당신은 2015년 5월 공연히 국민들을 속였는지.. 꼭 좀 물어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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