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가 쌀과 콩을 모아서
오일장이 서는 당진 시장에 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엄마는 일어나셨다.
이십리가 더 되는 비포장 도로를 걸어야 한다.
산을 넘고 마을을 지나 살아가는 사람들의 귀동냥도 한다.
우리집 누렁개는 오늘도 쫄래 쫄래 커다란 눈동자를 키우고 따라 나선다.
비록 누추한 살림속에서 초가집에는 박이 주렁 주렁 잠을 자고,
사립문 사이로 들리는 어린 자녀들의 이야기가 정겹게 들린다.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그렇게 정겨운 토담집과 정이 숨쉬고,
누렁소는 외양간에서 커다란 눈을 꺼벅이고 있다.
머리로 이고 가시는 엄마의 꾸부정한 걸음걸이가 왠지 모를
세월을 느낀다.
시장에는 별의별것이 진열되어 있다.
부족하지만 꼬깃 꼬깃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물건을 사신다.
생각은 많아도 가진것이 없는 엄마의 마음은 한숨부터 저절로 나온다.
누가 이 여인네를 ...
고맹이들은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렸다.
밥을 먹는둥 마는둥 온통 시장간 엄마만 생각중이다.
엄마가 오래 걸어 힘든것은 안중에도 없다.
먹을것과 입을것 밖에...
해는 뉘엿 뉘엿 노을을 몰고 오면,
마을 저 멀리에서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우리들은 말도 없이 허리춤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엄니가 만들어준 바지가 너무커서 금방 내려온다.
뛰다보니 달랑 달랑 꼬추가 나와 인사를 한다.
엄니는 이런 우리를 보고 웃음으로 사셨다.
자신은 점심한끼 채우지지 못하고 그렇게 자식을 보며,
기쁨과 충만한 행복으로 미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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