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페이스북

강남순교수

< '11월 23일'의 경계에서 >

1. 텍사스에 있는 나는 여전히 11월 23일에 있다. 한국은 24일이다. 이번 '11월 23일'은 마음속에 깊은 자국을 남길 것 같다. '11월 23일'은 나의 가까운 동료의 생일이고, 내가 가깝게 느꼈던 한 편집자의 장례식이 있는 날이고, 나는 한국을 향하여 비행기를 타는 날이다. 나는 동료가 태어난 날을 축하하는 '생일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죽음을 생각했다. 또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떠나지만, 도착의 확실성은 언제나 부재한 여정을 떠난다. 우리의 탄생과 죽음, 또한 떠남/도착함의 불확실성을 동시적으로 생각하며 공항에 앉아있다.

2. 2016년 내가 동녘 출판사에서 처음 책을 낼 때, 나는 참으로 따스한 편집자를 동녘에서 만났다. 내게 책을 내자고 연락하신 주간도, 후에 계약을 한 후 만나게 된 편집자도 참 따스했다. 한국을 떠나 미국의 대학으로 간지 10년만에 나는 한국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출판사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책을 낼 때와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나는 일의 관계만이 아나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가 가능한 책출판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경험을 했다. 그의 미소짓는 얼굴은 내게 참 편안함을 느끼게 했고, 그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기억하며 내게 합정동의 어느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서 그 특유의 미소와 함께 내게 슬며시 건네주기도 했다. 내가 지나가는 말로 독일에서의 경험이후 빵에 관심이 많고, 좋아한다는 말을 한 것 같은데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3. 많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메시지를 보냈었다. 빨리 나아서 나와 다시 책을 만들고 싶다고 하기에 꼬옥 다시 함께 책을 만들자고 했었다. 7월 8일이다. 그렇게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수잔 손택의 이야기도 나누고, 이번 겨울에 한국에 가면 맛난 것도 같이 먹자고 했었다. 내게 "남은 하루 잘 보내시고, 저녁도 잘 챙겨드시길..." 그러면서 "곧 뵙겠습니다" 하던 그였다. 환한 미소를 주던 그가 한국에 없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4. 만남은 언제나 헤어짐을 품고 있다. 그래서 만남의 기쁨과 즐거움 다른 한쪽편에, 우리는 애도와 슬픔을 품는다. 모든 만남에서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렇게 헤어짐을 경험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얼굴과의 만남이 더욱 소중한 이유이다. 탄생과 죽음을 모두 품고 끌어안으며, 그대와 나, 우리 모두는 이렇게 하루 하루씩 걷는다.

===

*** 2016년 이환희 편집자와 만든 책, <정의를 위하여> 의 "책을 시작하며"에 그의 이름을 이렇게 호명했었다.

'페이스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신중  (0) 2020.11.24
hyewon jin  (0) 2020.11.24
문재인 대통령  (0) 2020.11.24
김원장  (0) 2020.11.24
Kyongook Jang교수  (0) 2020.11.24
바람  (0) 2020.11.23
이연주  (0) 2020.11.23
정재훈  (0) 2020.11.23
전국진  (0) 2020.11.23
박찬승  (0) 2020.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