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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ngook Jang교수

말과 칼.

결심공판에서 김종근 변호사님의 변론을 들을 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마스크가 젖어 있었습니다.

듣지 못한 분들과 나누고 싶었는데 몇몇 분의 도움으로 앞 부분과 마지막 일부나마 정리하였습니다. 문체를 살리지 못한 죄송함이 크지만 그 간격은 읽는 분들이 채우며 읽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ㅡㅡ

짧지 않은 세월 소송에 관여했지만 이런 재판은 처음이다. 공판에 참여하는 검사 측의 규모, 공소사실의 수도 그렇다. 사건이 대단히 중요한 사건인 양 끊임없이 의미 부여되어 왔다.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어떤 국가의 안위에 관한, 마치 내란죄 정도의 심각한 사건인 것처럼 분위기가 갔다.

이 사건이 너무나 전형적인 표적 수사라는 점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법무부 장관의 낙마를 목표로 한 가족들에 대한 표적수사, 방법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과도한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엄청난 검찰의 전력과 강제수사 방법이 동원이 됐고 결국 성공했다. 법무부장관은 얼마 못 버티고 옷을 벗었고, 가족들을 잡아서 지금 재판에 넘겼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평가가 되어야 할까, 대한민국 검찰의 역사에 어떻게 기록이 될까라는 점이 대단히 궁금하다.

이렇게 많은 공소사실을 찾아서 기소를 해야 했을까 라는 의문이 최초에 들었다. 공소사실이 조각조각 나 있고, 합쳐지기도 하고, 아주 작은 포인트까지 놓침 없이 만들어 기소가 되었다. 공소사실의 숫자를 엄청나게 늘려서 사건의 중요성을 부여했다. 수사의 대상도 약 13년 전의 사실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망라한다. 이것이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수사일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표적수사라는 점은 이 사건이 시작된 맥락이다. 수사관이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사건일 경우 검사로서의 객관의무, 중립성, 이런 것들은 있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을 시작을 했는지 여부는 대단히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재판이 1년 정도 진행된 지금은 많이 수그러졌지만 초기에는 저걸 견딜 수 있을까 우려되는 상황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 단순히 기소하고 재판에서 처벌받고 무죄임을 확인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고 이 사건에서 그런 과정 이외에 받은 피고인과 가족이 겪은 고통과 수모가 너무 컸다.

사건 관련하여 비난이나, 비난을 목적으로 하는 말들을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희 희망이다. 검사님들께서도 많이 냉정해지시고 초반과 달리 점잖게 이야기들 하시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러나 가끔은 말을 칼처럼 휘두르시는 분들이 있다. 굉장히 아프다.

법정에서 말들을 칼날처럼 쓰신다. 바깥에도 그런 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들을 자제하고 재판부에서 냉정한 시각으로 사건을 봐 주시면 좋겠다는 희망을 말씀드린다.

 

 

일부를 살짝 숨기는 거짓말

- 정경심 압력 전화 건에 대해

1. "조국 아내 동양대에 '딸 표창장 정상발급됐다고 해달라' 압력

작년 9월 4일 오전 조선일보 단독 기사 제목입니다. 정경심 교수가 전화로 압력을 넣었다는 최성해 총장의 폭로 기사였습니다. "위조 안 했으면 왜 전화했겠냐?"는 의혹을 대세로 만들고 정 교수의 구속 여론에도 근거를 제공했습니다. (기사 댓글이 1만 3천 개입니다.)

저는 작년 말 페이스북에 3차례 글을 올려 이 때 최 총장의 폭로에 중요한 사실 왜곡이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가 정 교수와의 통화 내용에서 앞 부분 '인터뷰 여부에 관한 대화'를 숨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 "여러가지 강변을 하시는 후보자를 보니 안타깝다"

이틀 지난 9월 6일 청문회, 김도읍 의원이 문자 메세지를 피피티에 띄우고 조국 후보자를 다그쳤습니다. '압력' 통화 직후에 정경심이 최성해에게 보낸 문자라면서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하려던 장면이었지요.

그런데 청문회에서 김도읍 의원이 띄운 문자 메세지는 전체 내용이 온전하게 공개된 게 아니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글귀 윗부분에 글자를 살짝 지운 흔적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그대로 대응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는데 ~"의 윗부분을 보시면 흔적이 보입니다.

지워진 나머지 부분의 내용이 무엇일까? 오랫 동안 궁금했었는데, 그저께 조국 전 장관님이 페이스북에서 그 문자의 전체 내용을 밝혔습니다.

"[총장님, 조선일보 단독보도 보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집니다.

제가 압력이나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 대응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기사가 나갈 수 있을지요?"

앞의 세 줄 문장이 우리가 여태까지 몰랐던 내용입니다. 그 세 줄을 포함한 내용, 그리고 하단부의 두 번째 메세지까지 같이 읽으면 그날 아침 정 교수와 최성해 총장 사이에 오간 대화가 어떤 것이었을지 짐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저희 학교는 실제로 많은 일을 부서장 전결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부디 이렇게 기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팩트와 상황에 대한 현명한 해명을 부탁드립니다."

저 문자를 보면서 "정경심이 최 총장한테 압력 넣은 게 사실이군, 최소한 그 의혹은 짙어!"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일까요?

3.

사실 우리가 편견 없이 사태를 대했더라면, 김도읍 의원이 일부분을 숨긴 채 공개한 문자 내용만으로도 사건의 진실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도읍 의원의 청문회 해당 질문 장면, 아래 첨부한 동영상을 보시면 그 국회의원이 조국 후보자를 압박할 때 스스로도 매우 당황해하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러 헛기침도 하고 맥락 안 맞는 아무말 해석을 급히 넣기도 하고... 조국을 공격하겠다고 문자를 꺼내놓았지만 막상 공개한 내용이 정경심의 주장이 더 맞는 걸 눈치채자 그는 황급하게 마무리를 하면서 다음 주제로 넘어가지요.

놀라운 점은 저 문자 내용과 김도읍 의원의 버벅대는 청문회 장면을 보도한 기자들이 그렇게 많았은데 그들 중 누구도 '압력 전화' 관련하여 최성해 총장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기사를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의 언론사 기자들은 그 문자 내용을 보았으면서도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못난 인간들이 '조국의 압력 전화'를 공격의 수단으로 사용하도록 빌미를 제공해주었습니다.

5.

우리 국민들은 지난 1년 간 사건의 파편들만 연속적으로 제공 받았습니다. 일부를 숨기고 공개한 폭로, 의도적으로 지우고 공개한 문자, 이런 것들을 여과 없이 전하는 언론들, 이들이 함께 하여 우리들에게 온전한 모습으로 사건을 보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공개한 정 교수의 문자 메세지 "총장님은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사실이 없답니다"라는 내용의 그것과 조국 전 장관님이 이번에 밝히신 문자 내용을 합침으로써 우리는 겨우 '압력 전화'로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나마 희미한 윤곽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표창장의 위조 여부는 재판에서의 판결 영역으로 넘어 갔고 우리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지난 과정에서 우리 스스로가 아무 생각없이 게으르게 쌓아올린 편견들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못 본 작은 파편들이 있지 않았나. 일부를 숨긴 채 진실인 양 포장되어 드러나는 조각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질문을 계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ps. 제가 작년 말에 올린 관련 포스팅들 링크합니다.

프롤로그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71727547555838&id=100041557801357

메인 스토리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71730530888873&id=100041557801357

에필로그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171731947555398&id=100041557801357

 

그의 양복

대학의 전임 총장이 교수한테 양복 맞춰준 이야기가 회자됩니다. 제가 아는 사례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고위공직자가 된 타대학 교수에게 재단사를 보냈다가 거절당한 사례입니다. 이제는 다들 아는 이야깁니다.

그보다 몇 년 전, 본교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되는 유명인에게 같은 재단사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 교수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지요. 이게 두 번째 사례입니다.

또 그보다 몇 년 전, 총장으로부터 재단사 대신 명품 의류를 받은 교수도 있었습니다. 자기한테 안 맞다며 입어보라고 코트와 점퍼, 재킷, 이렇게 세 벌을 선물했지요. 여러 교수들이 보는 앞에서 쇼핑백에 담아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버버리 코트와 프라다 바람막이 점퍼를 걸레로 써 본 추억을 안고 살아갑니다. 제가 당시 총장님에게 억하심정이 있었거나 남달리 청렴한 성품을 지녔던 건 아닙니다. 팔 기장 줄인다고 동네 수선점에 맡겼더니 생활 한복이 되어 돌아왔을 뿐입니다.

저도 양복을 받았었으니 오늘 이야기로 누가 더 인간성이 괜찮았는가를 주장할 입장이 못 됩니다. 우리 동네 코로나가 심각해졌고 자가격리도 했었는데 오늘 음성 판정 나온 기분에 실없이 써 보았습니다.

굳이 요약하자면 그의 양복은 거절한 사람, 받은 사람, 받아서 걸레로 쓴 사람이 있었다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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