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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례

한옥이 좋아 한옥에 살면서 겨울이면 한옥 특유의 냉기를 이제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다. 살면서도 한옥의 허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단열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를 매번 고민하곤 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단열에 관심이 많은 목수와 인연이 되어 외부 단열공사를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만만찮은 공사가 진행이 되었다. 특히나 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하고, 한옥 고유의 미를 살리면서 섬세하게 일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고 배우게 되었다.

목수는 집에 돌아가서도 어떻게 하면 좀더 나은 집이 되게 할까를 연구해서 다음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일을 하는 동안에도 그 많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힘들 법도 한데 마냥 웃으며 재미나게 일을 하신다.

강의 없이 집에 있는 날은 우리 부부와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목수 가정 얘기까지 듣게 되었다. 다섯 아이를 둔 첫 번째 아내와 사별을 하고 두 번째 아내와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바깥 일을 하면서 다섯 아이 산후 뒷바라지를 혼자서 다 했다고 한다. "여자들도 힘들어 하는 산후 뒷바라지를 어떻게 다 할 수 있었죠? 참 대단하시네요." 했더니 "사랑한데 뭔들 못합니까? 그리고 그것이 뭐가 대단합니까? 우린 20년을 신혼처럼 살았고, 서로가 그렇게 노력을 하며 살았어요. 5년이 지난 지금도 참 많이 그리워요." 하신다.

그 순간 나의 뇌를 확 깨웠다. '아 상대를 위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부부란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이렇게 노력으로 채워 나가는구나. 이 사람은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나에게 알려 주러 온 인연이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살 사람을 위해 일을 하고, 잠깐이었지만 나는 그 상대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든든하게 일할 수 있도록 따뜻한 차와 간식, 그리고 우리 가족보다도 더 정성스럽게 점심을 준비하여 함께 했다.

그러다보니 서로가 생각한 대로 외부단열공사가 잘 되어 그 전엔 느껴보지 못한 외부의 깔끔함은 물론 내부의 훈훈함까지 완벽하게 갖춰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아직 또다른 사람의 손길이 남아 있긴 하지만 8일간 일하는 내내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일깨우게 했다.

내게온 인연을 바르게 대하는 법을 공부했고 우리 전통 한옥에 대한 공부를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무엇보다 기쁨이 컸다. 올 겨울은 정말 따뜻한 겨울이 되어 내 할 일을 더욱 신명나게 할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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