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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승

<법조인론>

언제부턴가 나라가 법조인들 때문에 조용할 새가 없다. 원래 법조인은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생겨난 직업이기 때문에 그런 법조인들 때문에 오히려 사회가 소란스러워진다는 것은 참으로 해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실한 카톡릭 신자로서 청빈하고 겸허한 삶을 살아서 “사도법관”이라고 불리는 김홍섭 판사는 수상집 『無常을 넘어서』에서 법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렇게 말했다. “법을 예장(禮裝)처럼 차려입고 근엄자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법을 처세의 도구로 삼는 사람이 있다. 법을 장난감 딱총처럼 휘둘러 세상을 놀래키는 사람, 법을 사갈(蛇蝎)같이 혐오하거나 악마처럼 증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그런데, 근자에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들 속에서 김홍섭 판사가 말한 위 유형에 딱 들어맞는 사례들이 목격되어 흥미롭다.

고소를 남발해서 세인들의 빈축을 샀던 변호사 출신의 정치인이나 성추행 피해여성을 보호한다며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아닌 언론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던 변호사는 법을 장난감 딱총처럼 휘둘러 세상을 놀래키는 사람들의 부류일지 모른다. 대다수 국민들의 빈축을 사는 수사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은 법을 처세의 도구로 삼는 사람들의 소이라는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존엄한 법복을 벗자마자 부와 권력을 좆아 보여주는 민망하고 비굴한 작태들이 그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법조인임을 내세워 이목을 끌고는 경망하거나 편벽된 언동으로 혹세무민하여 허명을 얻으려는 이들도 같은 부류다.

이러한 부류들이 초래한 결과가 법을 사갈(蛇蝎)같이 혐오하거나 악마처럼 증오하게 되는 민심이 아닐까? 법은 얼굴이 없는데, 왜 법에서 독사와 전갈을 보고 악마를 느꼈을까? 그들이 법의 면목이라고 봤던 것은 기실은 이처럼 지탄받고 빈축을 사는 법조인들의 부끄러운 얼굴임이 틀림없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천사 미하일의 깨달음을 빌어 그것은 사랑이라고 갈파하였다. 그렇다면 톨스토이식으로 질문을 던져보자. 법조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위 질문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한다’고 헌법조항을 읆조리는 것은 마치 톨스토이의 질문에 ‘사람은 밥으로 산다’고 대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이 밥만으로 온전하게 살아갈 수 없듯이, 법조인이 법률 지식과 양심만으로는 온전한 제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법조의 말단에 있는 나는 감히 ‘법조인은 전인격으로 복무한다’고 믿는다. 법조인의 전인격이란 그의 법률 지식, 직업적 양심, 인생의 경험 뿐 아니라 인간에 대한 연민과 예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이해와 통찰, 진지하고 신중한 삶의 태도,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과 겸허 등의 총체적 요소가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만한 엘리트이기 쉬운 법조인이 훌륭한 인격을 갖추기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대단히 어려운 모양이다. 믿음, 사랑, 소망 중 사랑이 제일이라고 설파한 예수조차도 “화가 있을진저. 너희 법률가들이여”라고 일갈했고(누가복음 11장 52절), 대문호 셰익스피어도도 『헨리6세』에서 작중 인물에게 “우리가 우선해야할 일은 모든 법률가를 죽이는 일이오”라는 경천동지할 대사를 외치게 했으니 말이다.

전인격의 도야와 자아 성찰이 부족한 법조인 집단이 마치 법과 정의를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듯 거들먹거리며 정작 스스로는 의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에서 국민의 불신과 혐오가 생겨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예수는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가져가고 너희는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고자 하는 자도 막았느니라(누가복음 11장 52절)”라고 법률가들을 꾸짖었다.

“화가 있을진저. 너희 법률가들이여” 예수의 이 일갈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법조인들 모두가 남명 조식 선생이 자신을 경계하며 항상 지니고 다녔다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늘 가슴에 품을 경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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