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라임ㆍ옵티머스 특검 결의대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에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규정한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이헌·임정혁 변호사를 선정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두 사람에 대한 추천서를 국회에 제출한 뒤 “국회를 더는 정쟁의 장으로 내몰 수 없어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성 보수’ 일색인 이들의 면면을 볼 때 공수처 출범을 지연하며 더불어민주당에 ‘라임·옵티머스 특검’ 수용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적 선택이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대검 공안부장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는 전국공무원노조 등에 대한 수사를 주로 해온 강성 보수 성향의 법조인이다. 이헌 변호사는 한술 더 떠 “공수처법은 위헌”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27일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과도한 검찰 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그보다 더한 수사기구를 만드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위헌론을 고수했다. 그는 “공수처는 사상 유례없는 권력으로, 친정부 인사가 독재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냔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며 “(공수처장은) 허수아비가 아닌 위헌성을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 추천으로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으나 특조위 활동 방해 논란에 휩싸여 사퇴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나는 특조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6년 2월 “특조위를 해체해야 한다”며 사퇴하고 석달 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에 임명돼, “특조위 해체에 힘쓴 덕에 임명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국민의힘이 이런 문제 인물을 추천하고 민주당에 “라임·옵티머스 특검 도입을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건 온당치 않다. 추천위원 7명 가운데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를 확정할 수 있는 현행 공수처법을 활용해 ‘비토권’을 행사하며 민주당과 특검 협상을 하려는 노림수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진정 국회가 정쟁의 장이 되는 걸 막으려 한다면 이 변호사에 대한 추천을 철회해야 마땅하다.민주당도 11월 안에 공수처장 문제를 결론 내지 않으면 야당 몫 추천위원을 국회로 돌리는 공수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야당을 무작정 압박해선 안 된다. 국민과 야당이 동의할 수 있는 공명정대한 공수처장 후보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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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67478.html?fbclid=IwAR2WIzlJeLgBJjv8TjPL5X9GqQJRtCVolnDS9JJEIFB8dbr5UexeFyT2pro#csidx0c8c509755b8b1fa9c4dbe92efe8f7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