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을 때, 질문하는 기자들이 없었다. 그 자리에는 전세계의 기자들이 있었는데, 질문 없는 어색한 침묵이 이어지다 결국 중국기자가 질문을 했었다. 창피하더라.
공주 각하는 기분 나쁜 질문을 하는 기자에겐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걸로 유명했었다. 그래서인지 공주 각하 주변에는 기자들이 공손하게 시립하고 있었다. 마치 내시들처럼.
그때는 그렇게 양순하게 교지를 받아쓰던 기자들이 대통령이 바뀐 뒤로는 없던 야성을 되찾았는지 무례한 질문도 하고 외람된 훈수질도 한다.
그렇다고 그때처럼 하라는 건 절대 아니다. 지금 그때의 얘기하는 건, 언론의 신뢰성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다.
때와 상황에 따라 말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가. 수미가 일관하지 않고 지맘대로 기준이 들쑥날쑥하는 사람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우리 언론이 그렇다는 얘기다. 누구에게는 피의 사냥을 하듯 잔인하면서 누구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운 언론을 신뢰할 수 있는가. 그게 공정한 언론인가. 공정의 잣대가 정파성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언론을 언론이라 할 수 있는가.
세상이 바뀌어도 상식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상(常)을 쓰는 상식(常識)이다. 권력이 바뀌어도 언론윤리는 바뀌지 않는다. 상식을 지키고 언론의 윤리를 지키라는 거다. 그러면 신뢰가 생겨나고, 신뢰가 있으면 권위도 따라온다. 궤도를 이탈하여 제멋대로 질주하는 언론은 언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