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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수사”라는 이름의 폭력 
울분에 찬 사직 인사 덕분에 검찰공화국 열사의 반열에 드신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시지. 
“박근혜 정권 시절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로 있으면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 처남의 대한항공 취업 청탁 의혹 사건을 맡은 적이 있는데, 수사해보니 증거가 없고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런데 수사 주체에 따라서는 압력을 느껴 기소한 이도 있었을지 모른다. 무혐의인 걸 정치적 이유만으로 기소할 수는 없다”
정치적 외압을 이기고 정당하게 무혐의처분했다고 주장하시는데, 정말 그럴까? 
이 사건에 대해 조은석 전 검사장은 정반대로 말하고 있어.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대검에서 결론지었음에도 서울남부지검의 지휘부가 바뀐 후에 불필요한 수사를 했다고. 
그가 쓴 책 “수사감각 – 범죄가 검사를 지나치게 하지 말라”를 보도록 할까. 
“유력 야당 정치인과 처남의 재산 관련 분쟁 과정에서 정치인이 집권 시절 대기업에 처남을 취업시켜 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정치인과 정치적 입장이 다른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시켰다”
“그런데 이는 공소시효가 경과되었음이 역수상 명백했다. 고발장 접수 후 대검 검토에서도 그와 같이 결론지었다. 그런데 일선 검찰청 지휘부가 교체된 후 갑자기 수사를 진행했다.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범죄로 구성하여 대기업 압수수색과 관련자 및 대기업 회장까지 소환 조사하였다. … 결국 1년여간 진행된 수사는 정기인사로 지휘 간부들이 교체된 이후 불기소 종결되었다. 처음부터 종결이 명약관화한 사건이었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이 수사로 이득을 본 것은 조양호 회장을 변호했던 전관 변호사들이었지. 
조 회장은  해당 사건의 변호사비용을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대납하게 했고, 이것 때문에 2018년 10월 횡령죄로 기소돼. 
2010년에는 서울중앙지검 부장이던 진경준이 조 회장의 탈세의혹을 내사해서 무혐의 처리해주고서 청소용역 일감을 달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었으니, 조 회장도 검찰 때문에 참 고생이 많았지. 
여튼, 수사는 범죄와 범죄자를 찾아 공소를 제기하기 위한 과정이야.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공소제기가 불가능하므로 수사력을 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고.  
그래서 보통의 사건이라면, 공소시효가 도과된 행위를 고소, 고발하면 수사고 뭐고 없이 빛의 속도로 각하돼. 
그런데 서울남부지검은 1년 동안이나 무용하고 불필요한 수사를 한 거지. 그 결과 수사인력을 낭비하고 피고발인 등 관련자들에게는 고통을 준 건데, 이건 수사라는 이름으로 행한 폭력이라고. 
그러나 임은정 검사가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라고 칭한 문찬석 전 검사는 소신있게 무혐의처분했다고 자랑질을 하네.  
해당 인터뷰 기사의 제목은 “이성윤이 검사냐. 채널A 수사 창피한 줄 알아야”라는 문찬석 전 검사의 말을 담고 있어. 
이건 올해 초 상갓집에서 양석조 검사가 당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당신이 검사냐”라고 외친 것만큼이나 웃긴 일이지.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두부가 담긴 접시를 내팽개친 다음 금자씨가 읊는 그 대사가 딱 어울리는 상황이라고.  
한편 조 민씨가 고려대 입학 지원시 허위 스펙의 서류를 제출해 고려대의 입학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관해서 말인데,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고, 조 민씨의 대학입학은 2010년이니까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그러니까 2010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지원할 시에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논문'이 제출됐는지 아닌지는 조민씨가 조국 전 장관의 딸이니까 수사를 하는 거지, 다른 사람의 딸이었다면 문제가 안 됐지. 
그건 이 사건 수사가 범죄를 향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사냥임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런데 말야, 검찰이 때론 어떤 피의자에게는 무한정의 따뜻한 시선을 보낸단 말이야. 
전광훈 목사의 변호인 이성희 변호사는 “검사 출신의 정준길, 임무영 변호사가 추가선임되면서 담당검사와 상의를 했다, 검사가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것을 위 검사 출신 변호사들과 상의했다”고 말했어. 
이런 친절한 검사님을 보았나. 
근데 전광훈 목사의 곁에는 검사출신의 변호인 말고도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도 있다고.  
김 전 장관은 기독자유통일당에 소속되어 있고 전광훈의 멘토로 알려져 있거든. 전광훈이 하늘의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는 극찬도 하셨지. 
근데 위 정당이 내세우는 정강정책 중의 하나가 “북한 보위부·나치의 게슈타포 같은 초헌법적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 폐지”야. 아이구야, 우리 검사님들 마음에 쏘옥 드시겠어. 
한편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도 수차의 압수수색을 할 만큼 열심인 검찰이 신천지의 압수수색에는 어이없는 제동을 걸었지.   
대구경찰청은 2020년 2월 29일 교인 명단을 누락해 제출한 혐의로 신천지 대구교회를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기각해. 3월 3일 재신청 역시 기각해. 
기각이유는 교인 명단을 누락해 제출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긴 행위들에 관하여 고의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거야. 명단을 고의로 누락한 것인지 과오로 누락한 것인지는 수사를  해봐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수사의 초기 단계인 압수수색 신청에서 고의를 증명하라는 이야기는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어떤 사회적 사실을 범죄로 규정하여 인지할 것인가, 그리고 얼마만큼의 수사인력과 자원을 들일 것인가는 검사의 재량에 달려있는데, 검사들은 이 재량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죄를 범하고 있는 거야. 수사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저지르거나 다른 한편으론 어이없이 관대한 처분을 함으로써 범죄를 배양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바이러스는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숙주를 죽이지 않고 유지시킨다고. 그런데 현직 검사와 전관 변호사의 이 법조 카르텔은 이대로라면 자기가 깃든 이 사회를 죽이고 말 거야. 바이러스보다도 어리석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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