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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우리나라 백신 접종 전략 수립: 영국의 1회 접종 전략의 전향적 검토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지금 우리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COVID-19 범유행을 겪고 있습니다.

감염병의 범유행은 인류 역사 이래 지속된 현상으로 여러번 겪어본 일입니다. 그러나 범유행의 1년만에 우리는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인 백신을 개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 통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방법론을 통한 근거 중심의 접근은 공중보건학과 의학의 중요한 가치이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모든 근거를 확립하고 정책을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에 다양한 접근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영국의 1회 접종 전략

- 영국정부는 2020년 마지막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승인했습니다. 세계최초의 승인이며 그동안의 효과에 대한 논란을 고려하면 과감한 시도입니다. 그만큼 영국의 COVID-19 상황이 심각함을 보여줍니다.

- 영국은 하루에 5.5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하루에 전국민의 거의 0.1%가 감염되는 치명적인 속도입니다. 영국은 이미 화이자의 백신을 승인하고 접종 중이지만 아직 100만명을 조금 넘는 접종만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가장 먼저 2종류의 백신을 승인한 나라이지만 현재 접종자는 3백만명정도입니다.

- 이 국가들이 접종이 늦어지는 이유는 물량부족과 접종 인프라가 부족한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모두 2회접종이 기본이며, mRNA백신은 한달 후 2차 접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족한 물량에도 불구하고 2회 접종은 냉동실에 보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영국정부는 12월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며 2회접종까지의 기간을 4-12주로 넓게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1) 12주 가까이 접종간격을 넓게 잡았을 경우 효과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근거, 2) 1회 접종 후에도 상당기간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 3) 접종간격을 짧게 제시할 경우 물량부족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을 할 기회가 없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입니다.

- 또한 영국의 정부와 당국은 이제 한발 더 나아가 2회접종을 생략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1회 접종을 제공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심각한 영국의 COVID-19 상황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우리도 생각해볼 점이 있습니다.

2. 코로나 백신은 왜 2번 맞아야하는가?

- 상당수의 백신은 여러 번의 접종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부 백신은 1회 접종만 요구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1회접종하는 백신은 수두, 결핵 백신이 있고, 2회 접종하는 백신은 MMR, HPV, A형 간염 등이며, 나머지 국가예방접종은 3회이상의 접종을 요구합니다.

- 백신을 여러번 접종해야하는 이유 중 첫번째는 1회 접종만으로는 충분한 효과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백신은 상당히 오랜기간 사용된 백신 플랫폼으로 면역원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여러번 접종에 따르는 비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다회 접종을 합니다. 두번째 이유는 면역의 지속기간입니다. 한번의 접종만으로 유지되는 면역의 기간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우리몸의 면역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때쯤 다시 접종해주는 것입니다.

- 요약하면 백신을 여러번 접종하는 이유는 효과와 지속기간 때문입니다. 코로나 백신은 상당히 높은 감염재생산수를 보이는 SARS-CoV2에 대해서 충분한 효과를 보여야하며, 효과의 측면에서 안전하게 2회접종을 전제로 설계되었습니다.

3. 새롭게 개발된 백신의 충분한 효과

- 현재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완전히 공개된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고, 일부나마 공개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입니다. 이미 너무나도 잘 알게된 mRNA 방식과 바이러스 전달체를 이용한 3가지 백신은 발전된 유전공학의 산물입니다.

-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95%에 가까운 효과를 보이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도 최소 70%의 효과를 보입니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공개된 3가지 백신 모두 1회접종 후 3주정도의 면역형성기간을 거치면 이후부터 뛰어난 감염예방의 효과가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완전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1회 접종만으로도 상당기간 90%에 가까운 예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1회 접종이 충분한 효과를 보이는 지속기간은 정확한 자료가 없으나, 개인적으로 몇개월은 충분히 지속되리라 생각됩니다.

4. 급한 유행 중 유연한 접종의 사례

- 이런 2회 접종을 전제로 개발된 백신을 1회만 접종하여 감염병 유행을 통제한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국방부는 2010년대 장병들에게 A형 간염이 유행하자 2회접종을 전제로 설계된 A형 간염백신을 입소 당시 1회만 접종합니다.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는 75%정도가 나왔습니다.

- 또 다른 사례는 반지 접종(Ring vaccination)입니다. 천연두의 유행 발생시를 상정해서 만들어진 이 전략은 천연두가 발생한 경우 확진자의 접촉자를 대상으로 반지를 만들어 둘러싸는 것처럼 접종을 하는 것입니다. 몇 겹의 고리가 둘러쳐질 경우 천연두는 전파되지 못하고 사멸합니다.

- 급박한 감염병 위기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면 유연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한정된 우리나라 도입 물량

- 현재 공개된 바로는 1분기중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2분기중 모더나, 얀센, 3분기 중 화이자 백신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 1분기, 2분기 도입 물량의 대부분은 2회접종 백신입니다. 만약 2회접종 대신 1회접종을 선택한다면 초기 접종가능 인원은 2배로 늘어납니다.

6. 올 상반기에 닥쳐올 어려움

- 작년 11월 시작된 3차 유행은 아직까지도 1,000명를 오르내리는 확진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3주이상 2.5단계 사회적거리두기와 10일에 가까운 5인이상 집합금지가 발동중임에도 불구하고 확진자는 감소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미 유행의 기준선은 1,000명으로 형성된 것일 수 있습니다.

- 만약 이 상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완화한다면 점차 확진자 수는 증가하여 4차 유행이 닥쳐올 것이 자명합니다. 또한 감염속도가 어느정도 높아진 변이가 계속 발견되고 유입되기 때문에 확산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여 방역당국은 지금 확진자수가 급격히 감소하지않더라도 감소 내지 유지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고 기준을 변경해야합니다. 당장 1월 초부터 이런 선택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입니다.

- 지금은 천명의 확진자가 매일발생하는것만으로도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유행 기준선이 점차 높아져 2천명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지금보다 3월~4월에는 백신 접종에 대한 압력이 증가될 것입니다.

7. 백신 접종의 2단계 접근

- 이럴 경우 현재 가지고있는 자원과 근거를 바탕으로 최선의 판단을 해야합니다. 저는 2단계 접근 전략을 세우는게 어떨까 합니다.

- 1단계로 최대한 많은 인구에게 확보되는 물량으로 1회 접종을 실시합니다. 1회 접종만으로도 중증환자를 예방할 수 있고, 3개월이상의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상의 경우 2분기까지 위험인구 집단 대부분에 대한 1회 접종을 마칠 수 있습니다.

- 2단계로 추가되는 물량으로 정석적인 접종을 실시합니다. 이때 옵션을 2가지로 가져갈 수 있는데, (1) 1회차 접종을 마친 백신의 2차 접종을 미치는 것과 (2) 1회접종에서 받은 백신과 다른 플랫폼의 백신을 2회 접종해주는 것입니다.

- 만약 물량이 충분하다면 1회접종에서 받은 백신과 다른 플랫폼의 백신을 제시간을 지켜 2회접종해주는 것이 저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당수의 백신학자와 저 또한 서로다른 종류의 백신을 섞어 맞는것이 더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즉 1회는 mRNA백신을 맞았다면 2회, 3회는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을 맞고, 1회차로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을 맞았다면 2회, 3회로는 mRNA백신을 맞는 것이지요.

- 현재 우리가 확보한 물량자체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기 때문에 충분히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는 여건은 되어있습니다. 또 우리나라 예방접종 인프라가 워낙 좋기 때문에 타국가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8. 집단시설에 대한 반지 접종(Ring vaccination)도입

- 지금 구치소, 요양병원 등 집단시설의 유행이 심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유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전수검사, 외부 유입차단 이외에는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태이지만, 천연두에서 쓰는 반지접종을 도입할 경우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습니다.

- 얀센 등의 1회접종이 가능한 백신이 있다면 여유분을 비축해두고 집단시설(요양병원, 구치소) 중 정기선별검사에서 확진자가 발견되는 경우 즉시 환자, 입소자에게 반지접종을 실시합니다. 이 경우 대규모 확산 및 코호트 격리 등을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습니다.

9. 고려해야할 점

- 매우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접근이지만 몇가지 고려할점이 필요합니다.

(1) 1회접종, 교차접종에 대한 근거마련 및 추적 관리

- 지금 접근은 이론적으로 타당하나 현실적 근거가 부족하므로 반드시 최대한의 근거를 확보해야합니다. 아마 영국의 사례가 좋은 근거가 될 것입니다.

- 또한 교차접종(1회, 2-3회 백신을 다르게 접종)할 경우 백신 접종에 대한 철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인프라가 존재합니다.

(2) 충분한 물량확보와 사전 계획

- 지금도 질병관리청과 관련 학자들은 전략수립과 근거확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충분한 물량의 빠른 도입니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긴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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