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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일석기자

금태섭 전 의원 탈당에 대해 그냥 "건승하세요"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타임라인에 넘쳐나는 그의 이별사를 스쳐보다가 뭐가 눈에 턱 걸려 결국 한 마디를 남길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자폭탁과 악플의 좌표 운운하는 대목에서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마저 양념이니 에너지니 하면서"라고 한 부분이다.

대통령과 우리 당 지지자들이라면 여기서 '양념'이 뭘 말하는 건지 다 아실 거다. 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 가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중 MBN과의 인터뷰에서 '18원 후원금'이나 '문자 폭탄' 논란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던 부분이다.

이때 대통령은 그런 문자 폭탄의 양상이 그렇게 심한 줄 모르고 '과열된 경쟁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것' 정도의 의미로 '양념'이라고 표현했고, 이에 대해 곧바로 의원총회 자리를 통해 사과했다.

이후 '양념'이라는 표현은 우리 진영 아닌 다른 쪽에서 우리 지지자들의 과열된 행태와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한 대통령을 동시에 비난하는 목적으로 매우 자주 인용됐던 클리쉐였다.

우리로서는 대통령의 '실수'에 해당하므로 우리 쪽에서 이를 언급하는 경우는 없었다. 만약 금태섭의 말대로 "당의 지도적 위치에 계신 분들"이 문자폭탄이나 악플과 관련하여 '양념' 운운하면서 이를 두둔했다면, 그는 정말 개념 없는 인사다. 나는 그 표현에 담겨 있는 내력과 맥락을 모르는 채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무개념 인사는 우리 쪽에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양념' 언급이, 금태섭이 그 표현을 우리 지지자와 대통령을 동시에 비난하는 클리쉐로 사용해왔던 자들과 같은 정서와 인식을 지녀왔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금태섭 역시 똑같은 의도와 목적으로 그 표현을 고별사에 남긴 것이다.

대통령의 이름을 '문재앙'이라고 비틀어 일컫는 사람들이 비록 같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도 결코 같은 편, 같은 진영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태섭 역시 정치인으로서 어떤 장점을 지녔다고 해도 그의 정서와 인식에 있어서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이 그 말 하나에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언론 여건을 볼 때 앞으로 본인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내가 있어봐서 아는데" 식의 '전직 내부자'로서 활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무튼 건승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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