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동해 용왕의 아들 처용은 경주의 달을 사랑했습니다.
“서라벌 밝은 달 아래 밤드리 노닐다가...”
처용 전설의 개운포를 막연히 문무대왕릉이 있는 경주 감포 언저리로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울산에 있더라고요.
역신을 물리치기 위해,
신라시대부터 사람들은 처용가를 부르고
섣달그믐날 처용탈을 쓰고 처용무를 췄다지요.
처용무에 등장하는 역신을 천연두 같은 전염병으로 해석하더라고요.
처용무 자체가 주술적 의미에 그쳐 치료적 효과가 없을지라도,
처용무를 춘 사람들은 아마 병에 걸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은 모두 탈을 썼잖아요!
탈은 영어로 마스크(mask).
고금을 막론하고 역병엔 역시 마스크~~^^
울산이 상대적 코로나 청정지역인 건 처용의 땅이어서인가~~~
개운포 처용암에 서서 상상의 나래로 과감한 결론에 이른 후
울산시민으로 흐뭇하고 뿌듯해했었지요.
오늘 울산지검 사무실 짐을 급히 정리했습니다.
서울 근처에 거처할 집을 이제 구해야 할 처지라
한동안 울산시민으로 주소를 남겨두어야 하는데요.
하여 동료들과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되었지만,
울산과는 아직 서류상 이별하지 않았음에 다소간의 위로를 받습니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분들을 향한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확진자 현황 곡선 경사도가 이만큼 완만해진 것은
고생하는 의료진분들의 한결같은 분투,
견딜만 해서가 아니라 견뎌야 하니 이를 악물고 견디고 있는 자영업자분들과
코로나 블루를 걱정할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하는 분들과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관련 업무에 헌신하는 공무원분들의 희생 덕분이지요.
울산에서 1년간 무탈하게 근무하다가
다음 주 다른 곳으로의 출근을 준비합니다.
비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동료들과 벗들과 이웃 덕분이지요.
모두들 고맙습니다.
저 역시 제 몫만큼의 분투
잘 감당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