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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진

윤리교과목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대표 사상이 자유주의와 공화주의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고교생들도 잘 이해합니다. 그런데 자유주의든 공화주의든 그 사상의 실제 사례는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유주의 사례.

이명박집권 시절, 우리 표현/언론 자유는 196개국 중 70위. 민주화 이후 한국은 ‘자유국가’ 지위를 유지해 왔지만 이명박정권은 전두환정권과 같은 ‘부분 자유국가’ 등급으로 추락합니다. 순위 측정 기관은 미국 보수성향 시민단체 프리덤하우스. 국경없는 기자회 평가도 노무현정부 때 30위까지 상승했지만 이명박근혜정권은 6-70위권으로 폭락합니다. 당시 유엔은 주로 후진국에 파견하는 인권조사관을 한국에 보냅니다. 이명박정권은 유엔인권조사관을 미행하다 들통나는 국제망신을 당합니다.

대표 사례 MBC 피디수첩 촛불집회 보도 건. 담당 검사는 보수 성향의 공안통이었지만 “유죄는커녕 기소할 사건도 안된다”며 반발합니다. 재판부 박재영판사는 야간집회금지법이 위헌이라는 의견까지 내는 논란이 벌어집니다. 박재영판사는 사표를 쓰고 나옵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된 고유정 변호를 맡아 비난을 받습니다.

“촛불이든 고유정이든 같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자유 모두 기본권이기 때문이다”. 살인마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그를 비난합니다. 충격받은 노모가 쓰러지자 박재영변호사는 결국 변호를 그만둡니다. 박재영변호사의 말은 그 개인의 소신 이전에 헌법 원리 자유주의에 충실한 교과서 문구 그대로입니다. 국민 다수의 정서에 어긋나지만 그것이 자유주의입니다.

페북에 한두번 쓴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란 문구. 자유주의에서는 성립할 수 없는 판단입니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기본 원리와 가치에서 ‘숨은 의도’라는 표현은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갈릴레이 재판의 현대판입니다.

특히 국민 다수의 부정적 여론은 차치하고,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 일부(그 지식이 무슨놈의 지식인지, 뭘 안다는 지식인지) 통진당 해산을 방조하거나 동조합니다. 웃기는 짬뽕입니다. ‘정통 맑시즘’에 대한 자의적 오해였습니다. 칼 마르크스가 언론인으로서 쓴 글을 꼼꼼이 읽어봤다면. ‘자유주의 정치철학’에 대한 무식의 소치였습니다. 로크와 밀과 롤스의 글 한 구절이라도 제대로 읽어봤다면.

공화주의 사례.

이명박정권은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강행 통과시킵니다. 명분은 방송 다양성 확보. 채널이 우후죽순. 그 10년. 지금 방송은 다양성이 놀라울 정도로 증진되었습니다. 첫째, 골라골라 물건 파는 방송. 둘째 신인가수들 고성 지르는 노래 채점하는 방송, 셋째 군침 삼키며 요리하고 허겁지겁 먹고빠는 방송, 넷째 유명인 친구와 가족 관찰하며 낄낄 웃는 방송. 다섯째 실화를 빙자한 간통 사기 폭력 열전.

‘대박’, ‘소름’, ‘역대급’, ‘너무’ 네 단어 빼면 대사도 자막도 못쓰는 방송이 퍽이나 다양하고 풍부합니다. 앵커의 고성과 패널의 제스쳐 대결이 화려한 종편뉴스와 대담 프로그램도 상당히 볼만합니다. 신문에서 방송으로 갈아탄 사익추구세력의 먹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확보되었습니다.

미디어법은 그들의 정신적 조국 미국의 사례와 판박이입니다. 현대 언론 미디어의 총아인 방송은 대표적 공공재입니다. 공공성이 생명인 공공재가 정치의 사사화에 편승해 수익성과 상업성에 휘둘리면 공공성은 실종됩니다. 1970년대 미국 공화당과 우익은 월남전 패전과 닉슨 워터게이트를 맞아 위기에 빠집니다. 위기타개책, 언론 장악에 나섭니다. 거대 자본을 투입해 방송과 신문을 잠식합니다. 레이건 집권으로 절호의 기회를 맞습니다. WWE, 디스코를 필두로 대중스포츠와 대중문화를 대폭 키워 감각와 향락을 한껏 부채질합니다.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빌 코스비를 앞세워 흑인과 저소득층의 불만을 마비시키고, 미국제일주의를 선전합니다. 천문학적 군비를 투입해 스타워즈계획을 추진합니다. 훗날 이 계획이 현실성 없는 뻥임이 드러나지만 미국제일주의 앞에 미국 대중은 현혹되고 레이건을 재선시킵니다. 레이건 휘하 부통령을 지낸 부시도 당선시킵니다. 그렇게 밑천을 두둑이 챙겨 권토중래한 네오콘이 지금 트럼프의 든든한 지지 기반입니다.

공화주의 관점에서 이명박정권이 저지른 가장 큰 패악은 4대강보다 미디어법 강행입니다. 미디어법으로 탄생한 종편 퍼레이드. 종편은 전태일 열사와 같은 노동자의 애환도, 고사 위기를 맞은 지방의 위기도, 성추행과 폭행을 일삼는 영남 패권 정당의 행태도 보도하지 않습니다. 공화국은 공공의 것, 공공선을 위한 나라를 의미합니다. 미디어법으로 탄생한 채널들은 공공의 것이 무엇인지, 공공선이 무엇인지 처음부터 생각할 겨를도 주지 않습니다. 먹방 대박 소름 낄낄만 있을 뿐. 로마제국 말기처럼. ‘민주공화국 시민’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시민을 뜻합니다. 종편 종사자들과 그 지지자, 애청자들은 조국을 욕하고 문재인을 욕하고 유시민을 욕합니다. 그런데 종편과 종편을 움직이는 이들은 성역입니다. 눈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공화주의 사례 2.

2010년 이명박은 대기업 총수를 사면시킵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원포인트 사면. 종편을 소유한 다수 언론의 사면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일반인이 꿈도 꾸지 못할 1인 특별 사면.

공화주의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타락’과 ‘예속’입니다. 타락이란 공공의 가치와 공공의 것을 무시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예속이란 법과 질서와 윤리를 두려워하지 않고 돈 많고 힘센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우리 소중한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자유주의, 그리고 헌법 1조의 공화주의를 동시에 약속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임시정부 이래 수많은 이들이 생명을 초개같이 버려 지켜온 자유주의와 공화주의. 헌법을 알고 지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적폐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만만한 조국과 윤미향을 두들겨패며 정의사회와 사회 정화를 외치며.(이창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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