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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 Cheol Lee 교수

혜민에 대한 죽비를 내리치는 것 같은 현각의 따끔한 비판을 보면서 역시 깨우침을 구하는 수행자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본다. 사실 세간에 사는 사람들은 다소 불쾌한 모습을 보더라도 굳이 이렇게까지 심하게 질책하지 않는다.

이 사건을 보면서 오래 전에 들었던 선사와 사미승에 얽힌 일화가 생각난다. 절을 찾는 사람들이 선사에게 묻는 말이 있다.

"무엇이 한 마디입니까?"

그럴 때마다 선사는 손가락 하나를 딱 내세워 보였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깨우치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사미승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선사가 출타를 했을 때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도 똑 같이 사미승한테 물었다.

"무엇이 한 마디입니까?"

사미승이 선사와 똑 같이 손가락 하나를 내세웠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은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돌아갔다. 그것이 자랑스러워 사미승은 선사가 돌아오자 마자 그 이야기를 고해 바쳤다. 선사가 물었다.

"그럼 넌 손가락을 어떻게 세웠는가?"

"이렇게 세웠습니다."

하고 사미승이 손가락을 세웠다.

그 순간 선사의 칼이 사미승의 손가락을 쳐버렸다. 사미승이 놀라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가는데 큰 소리로 스님이 불러 세웠다.

"무엇이 한마디이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비로소 어린 사미승이 깨우쳤다. 도는 흉내가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것임을 깨달은 것이다. 사미승이 세운 손가락은 흉내였을 뿐이다.

현각이 보기에 혜민의 행각은 흉내이고 심하게 이야기하면 부처를 팔아서 장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혜민이 부처나 명상, 마음 공부 같은 것을 내세우지 않았다고 한다면 굳이 죽비를 내리칠 일도 없다. 그런데 혜민은 대중을 상대로 흉내를 가지고 부처까지 앞세웠으니 영락없이 무간지옥감이다. 현각의 죽비같은 언어는 바로 그 순간에 혜민의 손가락을 내친 것이다.

혜민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본래의 불자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혜민은 벼락같은 죽비를 맞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벌거숭이 영혼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벌려 놓은 일이 많을 터인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의 씨앗이 남아 있다고 한다면 그 모든 것들이 아침이슬 같고 파도의 거품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행무상이라.

오늘 날 종교인들의 세속화는 눈을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이다. 세속인들처럼 이해타산에 맞춰서 잇속을 차린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온갖 성스러운 말들을 동원해서 대중의 영혼을 마비시켜가면서 돈을 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들이 더 나쁜 것이다. 한국의 많은 종교인들이 얼마나 타락했는가는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현각같이 벼락같은 죽비를 내리칠 수 있는 선사들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안타깝다. 그 역할을 지식인들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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