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전 칼럼] 의대생은 학교를 떠나라

신문 2020. 9. 30. 22:52

“가만히 있으라”는 기성세대의 말에 또 속지 마라. 의대를 떠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 좋고, 무엇보다 당신들에게 좋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돈이 아니라 힘세고 돈 많은 이들의 돈으로 되라. 떠나기 싫으면 의과대학을 좋은 의사를 키우는 곳으로 바꿔라. 기성세대는 틀렸다.

8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모인 의대생·전공의·개원의 등이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의료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신영전  |  한양대 의대 교수

 

의대생은 학교를 떠나라. 의과대학에서 20여년 교수생활 한 이가 의대생들에게 전하는 충심의 조언이다. 현재의 의과대학 교육은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데 실패했다. 젊은 의사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떠나기로 결정하여 응급환자가 거리를 헤매고, 중환자 수술이 미뤄졌을 때, 한국 의학교육은 조종을 울렸다. 의과대학생들의 집단행동 ‘유보’ 선언이 국가시험 ‘응시’라는, 선배들의 ‘통역’이 그 실패를 다시 확인해주었다. 며칠 전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의사국가시험 ‘재응시를 표명’한 이유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국민건강권이 위협받고” 있어서라면, 똑같은 이유로 응급실과 중환자실 철수에 동조하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이런 의학교육 실패의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기성세대와 그 위 선배들에게 있다. 이들의 주요 죄목은 다음과 같다. 공부만 잘하면 집안일, 학교 청소까지도 면제해 준 죄, 한 반에서 대학 가는 몇 명을 위해 수십 명의 학생들을 엑스트라로 만든 죄, 체육·음악·미술 시간을 빼앗은 죄, 새벽까지 학원 뺑뺑이 돌리고 잠 못 자게 한 죄,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오래 참은 아이가 성공한다고 거짓말 한 죄, 사춘기조차 심하게 앓지 못하게 한 죄, 장편소설 요약본만 읽게 한 죄, 3등급 이하의 아이와는 놀지도 말라고 한 죄, 가고 싶던 수학과·천체물리학과 못 가게 한 죄, 부실한 예과 교육과정 운영한 죄, 편법과 불법으로 큰돈 번 의사들을 성공한 선배로 소개한 죄, 인턴과 전공의를 피교육자가 아니라 임금 싼 노동자로 대한 죄, 괜스레 젊은 전공의와 의대생 부추겨 파업하고 자신들은 쏙 빠진 죄.하지만 정부도 이에 못지않은 잘못이 있다. 학교와 국립병원까지 돈벌이 기관으로 육성한 죄, 규제 프리존, 규제 샌드박스 시행으로 영리유전자 검사 등, 과학적 근거도 없는 각종 검사를 돈 벌라고 허용한 죄, 데이터 3법 개악으로 환자 정보를 영리기관에 넘기는 것을 합법화한 죄, 해외환자는 유인 알선을 독려한 죄, 공공의료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예산은 쥐똥만큼 배정하여 국민을 기만한 죄, 그중에서도 가장 파렴치한 죄는, 자기네들은 이렇게 의료 영리화에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 파업한 의사들한테 ‘공공성’ 운운하는 죄일 것이다.하여 의대생들이여, 기성세대를 마음껏 욕하라(하지만 조심하라! 우리도 한때는 당신들처럼 젊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에 속지 말라. 의사란 직업은 기성세대가 알려준 것과는 전혀 다른 직업이다. 의사란 평생 환자들의 피, 고름, 대소변 속에서 뒹굴어야 하는 직업이다. 종종 허벅지를 꼬집으며 졸음을 참아야 하고, 식사를 하다가도 뛰쳐나가야 하며, 모처럼 떠난 휴가길에서도 입원 환자의 혈압을 틈틈이 확인하고 어쩌면 가족들을 놔두고 먼저 돌아와야 하는 직업이다. 8시간 넘는 대수술을 마치고 탈진해 수술실 바닥에 벌렁 누웠을 때 죽을 듯 밀려오는 피곤 섞인 희열을 반복적으로 즐겨야 하는 ‘이상한’ 직업이기도 하다. 전쟁이 터져도 환자를 두고서는 중환자실을 떠날 수 없는 숙명을 가진 직업이다. 무엇보다 환자보다 먼저 아프고 더 오래 아파야 하는 직업이다.그러니 그런 직업을 갖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의대를 떠나라. “가만히 있으라”는 기성세대의 말에 또 속지 마라. 의대를 떠나는 것이 환자를 위해서 좋고, 무엇보다 당신들에게 좋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가난하고 아픈 이들의 돈이 아니라 힘세고 돈 많은 이들의 돈으로 되라. 떠나기 싫으면 의과대학을 좋은 의사를 키우는 곳으로 바꿔라. 기성세대는 틀렸다. 하지만 여러분이 뭉치면 바꿀 수 있다. 아주 떠날 결심을 하기 어렵다면, 잠시라도 의대를 떠나라. 1, 2년 빨리 의사 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70년 전, 졸업을 6개월 앞둔 한 의대생도 낡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학교를 떠났다. 칠레,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으며 그는 마음의 경계를 하나하나 지워 나갔고 마침내 생각이 온 세계만큼 커졌다. 그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는 ‘진짜 의사’가 되어 있었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그를 ‘우리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불렀다. 그를 진짜 의사로 만든 건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과 담요 한 장으로 지새운 ‘가장 추운 밤’이었고, 손가락이 하나도 없어 손에 막대기를 달고 하는 연주에 맞춰 앞 못 보는 한센병 환자가 부른 노래였다. 당연히 그것은 결코 학교가 줄 수 없는 것들이다.의대생은 의대를, 공대생은 공대를, 법대생은 법대를 떠나 용감하게 낡은 오토바이에 올라라. 그 오토바이에 ‘포데로사 II’보다 더 멋진 이름을 붙여도 좋다. 함께할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다. 떠나거든 부디 이 위선, 탐욕, 거짓으로 가득 찬 기성세대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지 말라. 혹시 돌아온다면, ‘진짜’가 되어 오라.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로 오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64088.html#csidxf67b52582b958f780af6a6e9c8e2672 

무모함

2020. 9. 30. 22:02

 

무모함은 쓸데없이 위험을 무릅쓰는 과장된 용기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무모함이 신중함을 대신한다.

무모한 능력은 용기보다는 광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무모함이 이룬 업적의 공로는 용기보다는 운에 돌아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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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레터] 소송만 십여건.. 조국의 1년, '하나하나 따박따박'

신문 2020. 9. 30. 17:17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보수 유튜버, 블로거 등 고소
언론사엔 정정보도 청구, 기자 개인에 민·형사  고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민사소송이든 형사소송이든 서두르지 않고 지치지 않으면서 하나하나 따박따박 진행할 것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전후로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제기했던 보수 유튜버, 언론인 등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7월 23일엔 "문제있는 언론 기사, 유튜브 내용, 댓글 등 온라인 글을 발견하면 메일로 보내달라. 검토해 민사, 형사소송을 제기 하겠다"며 제보용 메일 계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른바 '하나하나 따박따박'. 그는 자신은 물론 가족과 관련한 특정 언론보도, 특정 발언 등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소송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당사자가 많은데다 '조국 대전' 당시 미확인 보도, 발언 등이 우후죽순 나온 터라 소송 제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가세연만 최소 3건… 보수 유튜버 등 줄줄이 소송

가로세로연구소에 출연 중인 김용호씨,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전 MBC 기자(왼쪽부터).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 영상 캡처

소송전의 시작은 '조국 대전'이 한창이었던 지난해 8월.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출연진을 명예 훼손과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한 것이 시작이었다.

연예기자 출신 김용호씨는 지난해 유튜브 방송에서 "조 후보자가 자신의 동생과 친한 부산 재력가의 부인인 톱스타급 여배우를 밀어줬다"는 주장을 펼쳤고, 가로세로연구소에서도 출연진이 "조 후보자 딸이 고급 수입차인 포르쉐를 탄다" 등 여러 의혹을 제기했었다.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씨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상태다.

가로세로연구소를 향한 소송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가로세로연구소와 출연진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3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아들과 딸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지난달과 이달 각각 형사 고소했고,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더해질 예정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조 전 장관 가족이 진행 중인 소송 내용 정리.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보수 유튜버와 블로거, 누리꾼 등도 줄줄이 고소 대상이 됐다. 고소 횟수만 하더라도 10회가 넘는다. 대표적 인물이 보수 유튜버 우종창씨. 그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시절 국정농단 사건 재판장이었던 김세윤 부장판사와 청와대 인근 한식당에서 부적절한 식사를 했다는 주장을 했다가 조 전 장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다. 7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 허위 사실을 유포했거나 딸에게 막말을 쏟아낸 유튜버, 블로거,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들, 일간베스트 회원들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일부에 대해서는 구약식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구약식 처분이란 검사가 피의자의 범죄 혐의가 벌금형을 받을 사안이라고 판단, 정식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내리는 처분을 말한다.

조 전 장관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제 가족에 대한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다수의 유튜버들에 대해 고소를 한 후 조사를 마쳤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민사소송도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악랄하고 저열한 내용의 유튜브의 조회수를 높일 수 있기에, 대표적인 것의 내용만 공지한다"며 고소 대상이 된 유튜브 방송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이 공개한 유튜브 방송은 중국이 조 전 장관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판 의견은 감수, 허위사실은 제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7월 29일 SNS 계정에서 언론을 상대로 한 고소에 대해 언급했다. 조국 전 장관 페이스북 캡처

조 전 장관은 일부 언론사를 향해서도 민ㆍ형사 고소를 이어가며 이같은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TV조선, 채널A, 세계일보, 조선일보 등이다.

법 전문가인 조 전 장관의 소송 기준은 명확하다. '허위사실' 여부다. 조 전 장관은 고소 또는 민사소송의 대상이 된 언론 보도는 단순 비판적 논조를 떠나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번 피력해왔다. 7월 29일에는 "제가 민사ㆍ형사 제재를 가하고자 하는 대상은 허위사실 보도ㆍ유포 및 심각한 수준의 모욕"이라며 "비판적 의견 또는 조롱이나 야유는 거칠다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영역으로 보아 감수할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모순적 태도라고 비판하자 같은달 21일 SNS를 통해 "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경우, 공인의 공적 사안에 대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비범죄화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를 주장한 적이 없다.

오히려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은 처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2013년 2월 법정구속되자 트위터에 "허위사실 유포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소송 대상도 분명하다. 언론사를 향해서는 대체로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해 정정보도만 요구하고, 형사 고소는 기자 개인에 한정했다.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언론사 자체가 아닌 보도를 한 기자와 부서장, 편집국장 등을 대상으로 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법정에서 혐의를 다투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본인과 가족의 재판과 별개로 유튜버와 언론사, 누리꾼 등을 상대로 한 소송전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한 동안 조 전 장관의 '소송의 시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