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인권 교육이 절실하다

신문 2020. 9. 20. 22:48

2018년 5월 23일 발족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이하 민언련 시민 방심위)는 방송심의규정을 위반해 각종 왜곡‧오보‧막말‧편파를 일삼는 방송사들을 규제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민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출범했다. 시민 방심위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 새로운 안건을 민언련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시민들이 직접 제재 수위 및 적용 조항을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아래는 4월 17일 오후 1시 40분부터 4월 24일 오전 10시까지 집계한 44차 심의 결과이다.

 

시민 방심위 44차 안건 502명 심의

 

‘동성애=범죄’? 성소수자 인권 탄압한 TV조선

시민 방송심의위 44차 안건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 ‘성소수자 인권 침해’ 방송이었다. TV조선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 씨(미국명 로버트 할리) 소식을 전하면서 범죄와는 전혀 무관한 성적 지향을 반복 거론하며 특정 성적 지향을 마약 투약과 같은 범죄와 연결시켰다. 지난해 한 마약 사범이 하일 씨와 연인관계라고 주장했던 것을 빌미로 ‘충격적인 일’, ‘감추고 싶은던 일’, ‘동성연인’을 자막과 기자 멘트로 반복 강조하고 “마약과 함께 동성행각”이라며 ‘동성애’를 범죄 취급한 것이다. 이는 당사자 동의 없이 성적 지향을 공개하는 ‘아웃팅’이자 성소수자 전체를 범죄자로 매도하는 인권 침해 보도이다. 여전히 성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보도는 성소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 위험이 크다.

 

“시청률 위해 성소수자 인권 침해…악의적 보도”

해당 안건에 총 502명의 시민들이 심의 의견을 제출했다. 제재 수위는 평균치에 가까웠으나 ‘인권 침해 사례’임을 감안할 때 비교적 가벼운 수준이었다. 이번 44차 안건에서는 ‘법정제재’에서도 최고 수위 제재인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이 67%로 평균치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고 ‘행정지도’인 ‘의견제시’가 1명, ‘문제없음’도 2명이 있었다.

 

프로그램 중지·수정·정정

관계자 징계

경고

주의

권고

의견제시

문제없음

335명

124명

29명

11명

-

1명

2명

502명

67%

25%

6%

2%

-

-

-

100

△ 44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 심의 결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의 오보‧막말‧편파에 분노가 누적된 시민들은 모든 안건에서 대부분 ‘법정제재’를 택하고 있어 제재 수위는 ‘법정제재’의 세부적 제재 종류의 비중, 행정지도 및 ‘문제없음’의 유무로 가늠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성소수자 인권 침해 사례’인 이번 안건은 비교적 가벼운 제재가 나온 것이다. 그간 ‘개인의 인권 침해’ 양상을 보인 안건에 시민들은 참여자 전원이 ‘법정제재’를 택하고 ‘행정지도’나 ‘문제없음’은 아예 택하지 않은 바 있다. TV조선 <뉴스9>‧채널A <뉴스A>(1/29) ‘대통령 딸 거주 국가 공개 보도’(35차),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3/13)‧채널A <뉴스A>(3/12) ‘정준영 사건 피해자 신상 노출 보도’(40차)가 대표적 사례다. 반면 이번에는 행정지도 1명, ‘문제없음’도 2명이 의결했다. 성소수자 인권이 관련된 방송에서 시민들의 판단이 미세하지만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물론 대다수 시민들은 TV조선이 시청률 장사를 위해 성소수자를 악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시청자를 자극하기 위해 인권을 침해”, “사회적 문제를 말초적 가십으로 다루면서 소수자 비하”, “악의적, 선정적 의도로 본질을 벗어남” 등의 의결 사유가 많았다. 특히 ‘관계자 징계’를 택한 한 시민은 ‘동성연인’에 연신 ‘더 충격적인 일’이라는 묘사를 가했던 TV조선 앵커‧기자들을 이렇게 질타했다. 

공범이 남성인 것이 왜 충격인지, 그걸 충격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야기하는 앵커들이나 패널의 발언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성적 묘사와 외설에만 매몰된 보도 태도입니다

“동성애를 범죄와 동일시…혐오 조장”

시민 방심위원회는 44차 안건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제19조(사생활 보호), 제21조(인권 보호), 제27조(품위 유지)로 제시했다. ‘없음’과 ‘기타 적용 조항 의견’도 택할 수 있도록 명시했고, 시민들은 적용 조항을 중복 선택할 수 있다. 시민들은 제19조(사생활보호)를 87%로 가장 많이 적용했고 제21조(인권 보호)가 78%, 제27조(품위유지)가 66%로 뒤를 이었다. ‘기타 조항’ 의견도 2명이 있었다.

 

제19조(사생활 보호)

제21조(인권 보호)

제27조(품위 유지)

기타

없음

439명

391명

330명

2명

2명

87%

78%

66%

-

-

△ 44차 안건(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4/10)) 적용 조항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번에도 시민들은 ‘불쾌감‧혐오감 야기’를 금한 포괄적 조항인 제27조(품위유지)를 66%만 선택하면서 신중함을 보였다. TV조선 보도의 문제점은 ‘품위’보다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범죄와 관련 없는 성적 지향을 느닷없이 꺼내 범죄와 동일시했다는 점에 지탄이 쏟아졌다. “마약보다 동성애가 더 충격적이라는 보도는 동성애 혐오를 조장할뿐 아니라 마약 범죄가 별 것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조장한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범죄행위와 동일시했다”, “소수자를 나쁜 사람으로 표현” 등의 의견이 있었다.

 

“사생활 침해한 아웃팅…기본적 인권의식도 없는 보도”

TV조선의 보도가 ‘아웃팅’이었다는 점도 제19조(사생활 침해), 제21조(인권보호)를 정면으로 위반한 대목으로 비판 받았다. 기자들이 이런 보도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권 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시민들은 “지극히 사생활 영역인 성적 지향을 아웃팅한 점은 방송으로서 기본적인 인권의식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범죄자라고 해도 그의 성 정체성을 폭로하는 것은 인권침해”, “범죄만 보도하면 될 것을 개인 사생활까지 보도”, “개인의 인격뿐 아니라 사생활을 침해한 보도”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기자들 인권 교육 시켜야 한다”, “인권 개념이 너무 결여된 보도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의견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참고할만 한 지적도 있었다. 

인권에 관한 위반 사항은 가장 엄중히 처벌해야합니다. 처벌이 약하니 시청률만 노린 행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타 인권 침해 안건에 비해 제재 수위가 낮았던만큼 ‘문제없음’을 택한 시민들은 다른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문제없음’을 택한 한 시민은 “TV조선이 뭘 그리 잘못했나. 좌파 민주당원만 보는 방송 보기 싫습니다. 그만 억지 부리세요”라고 민언련을 질타했다. 이는 성소수자 인권이 정파, 이념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정파와 이념에 따라 시선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44차 심의에 참여한 시민 구성

이번 심의에 참여한 시민은 총 502명 중 남성 307명(61%), 여성 193명(39%), 기타 2명(오기 포함)/ 10대 1명, 20대 9명(2%), 30대 81명(16%), 40대 219명(44%), 50대 149명(30%), 60대 이상 43명(8%)이었다. 민언련이 이처럼 의견을 남겨주신 시민의 연령대와 성별을 취합해 공개하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구성이 보다 다양한 계층을 대변할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취지 때문이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5차 안건 상정

 

국가기간통신사의 보도채널에서 ‘세월호 모독’

민언련은 시민 방송심의위원회 45차 안건으로 연합뉴스TV <뉴스1번지>(4/16) ‘세월호 참사 모독’을 상정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차명전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권의 막말이 온국민을 경악케 한 가운데, 연합뉴스TV는 패널로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이라는 인물을 출연시켜 참담한 모독 발언의 기회를 줬다. 김 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 세력으로 매도하고 ‘원한에 차 복수를 낳는 인물들’로 모욕했으며 진상규명 요구를 그만하라고 윽박질렀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의 보도채널이 이런 발언을 뉴스로 노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 패거리’ 취급한 연합뉴스TV 패널

연합뉴스TV는 세월호 유가족의 참사 처벌 대상자 명단 발표를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이에 김우석 씨는 특별조사위원회가 아닌 “유족과 시민단체에서 얘기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이런 분위기로 (의혹을)증가시켜서 결국 (내년)총선 때 활용하려고 하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심지어 세월호 유가족을 “탄핵 사태 때 광화문에서 1선에 유가족, 2선에 민노총으로 주력부대로 활동”했다며 ‘정치 세력’으로 규정했고 이를 근거로 “정권을 빼앗긴 쪽에서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사람들(정권 빼앗긴 사람들)의 트라우마도 치료가 진짜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고통을 정권을 뺏긴 자유한국당 입장과 도매금으로 취급한 것이다.

 

‘복수를 낳으니 진상규명 요구하지 마라’? ‘인면수심’ 발언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 요구를 그만하라는 식의 발언도 나왔다. 김우석 씨는 “원한을 기억할 것이냐, 이건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복수에 복수를 낳는다”, “진상규명이 됐다고 누가 만족하겠는가. 이런 부분들은 끝도 없다. 원한을 가지고 있는, 한이 있는 분들은 호소를 할 데가 필요하다”, “(유가족이) 일상에 복귀하지 않고 광화문, 팽목항에서 그러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겠는가? 망자들이 바라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겁박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불행할 뿐 아니라 치유가 안 된다. 치유는 망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참담한 발언까지 내뱉었다. 사실상 진상규명 요구를 그만두고 다 잊으라는 요구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상처를 후벼파는 망언이다.

 

민원 제기 취지

5년이나 지났으나 세월호 참사로 처벌 받은 정부 관계자는 해경의 말단 경위 단 1명뿐이다. 진상규명의 경우 아주 기초적인 침몰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으며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 진상조사 방해, 국정원과의 연관성, 구조 지연 및 실패의 이유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조사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한 유가족을 ‘정치패거리’ 취급하고 다 잊으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나 다름 없다. ‘치유는 망각’이라는 주장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304명이 희생된 국가적 규모의 참사의 경우 ‘추모’가 기본적 상식이다. ‘추모’의 의미는 ‘그리워하고 잊지 않음’이다. 김우석 씨는 이 간단한 상식적 의미조차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패널을 이 방송뿐 아니라 다른 뉴스에서도 고정 패널로 출연시킨 연합뉴스TV 역시 시청자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시민 방송심의위원회가 제안하는 심의규정은 아래와 같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0조(명예훼손 금지)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

 

제24조의3(피해자의 안정 등) 피해자등 또는 시청자의 안정을 저해하거나 공포심․수치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내용

 

제24조의4(피해자등의 인권 보호) 재난 피해자 등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 내용

 

제27조(품위 유지) 불쾌감․혐오감 등을 유발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

 

시민방송심의위원회 심의 참여 바로가기 http://www.ccdm.or.kr/xe/simin03

‘2차 가해’ 우려한 언론의 보도태도가 맞는가

신문 2020. 9. 20. 22:45

박원순 서울시장이 7월 9일 실종 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동시에 고 박원순 시장이 성추행으로 피소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일었습니다. 고 박원순 시장은 인권변호사, 시민단체 운동가, 서울시장으로서 여러 성과를 남긴 인물이었습니다. 특히 ‘서울대 신 교수 성추행 사건’ 때 피해자측 공동변호인을 맡아 성희롱도 범죄라는 인식을 정립하는 데 기여했고, 서울시장이 된 후에도 성평등 정책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랬던 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고발과 무책임한 죽음은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조문 논란’과 ‘2차 가해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성범죄, 극단적 선택, 정치가 얽힌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만큼, 언론은 전반적으로 고 박원순 시장에 대한 논란에 나름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시신운구 영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2차 가해성 글들을 편집 없이 전하는 등 과거 행태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진영을 가리지 않고 비판받는 극단적 발언을 집중 소개해 정쟁을 심화시키기도 했습니다. 한편 고인의 업적을 다루는 보도에서는 고인의 생전 권한을 부각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대목도 나타났습니다.

 

또 다시 등장한 ‘시신운구’ 영상

채널A와 MBN에서는 고인의 시신을 운반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채널A는 7월 10일 <의혹과 7줄 유저…떠나간 서울시장>(조영민 기자)에서 수색대원들이 고 박원순 시장의 시신을 운반해 구급차에 싣는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해 방송했습니다. 채널A는 다음 날인 7월 11일에도 <조문하려다 보류…“세금으로 5일장 하나”>(강은아 기자)에서 보도내용과 특별한 연관 없이 모자이크 처리한 시신운반 영상을 또 사용했습니다. MBN도 7월 10일 <이 시각 서울대병원 조문 행렬 이어져>(정태웅 기자, 홈페이지 삭제)에서 자료화면으로 시신운구 영상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시신운반 영상을 내보낸 직후 고 박원순 시장 일부 지지자들이 큰 소리로 박 시장 이름을 부르는 장면을 배치해 자극적으로 화면을 구성했습니다.

 

민언련은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 사망할 경우 시신을 운반하는 영상 또는 사진을 보도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지 계속 지적해왔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 사망 당시 TV조선과 연합뉴스TV는 시신이 이송되는 장면을 생중계했고, 고 최진리 씨 사망 당시에도 마이데일리, 뉴스엔 등 일부 온라인매체가 경찰이 시신을 운구하는 장면을 찍어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모친인 고 강한옥 여사가 작고했을 때도 KBS, MBC, SBS, TV조선, YTN 등이 시신운반 영상을 내보냈다가 기사를 수정한 바 있습니다.

 

업적 조명은 좋지만, 불필요한 생전 ‘권한’ 부각

△ 고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이 좌초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는 KBS <뉴스9>(7/10)

 

고 박원순 시장은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과를 평가하여 업적을 조명하더라도 생전 권한을 드러내는 방식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합니다. 가령 ‘박원순 시장 사망으로 서울시 중요 정책이 좌초될 우려가 있다’는 식의 보도입니다.

 

KBS는 <박원순 없는 서울시…그린벨트·35층 제한 풀리나>(7월 10일 구경하 기자)에서 “박 시장의 공백으로 서울시 역점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각종 부동산 대책과 그린벨트·재개발 규제 유지 등 “박 시장의 역점사업도 추진력을 잃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SBS <박원순 철학 이어간다지만…그린벨트 정책 어떻게>(7월 10일 유수환 기자)도 “행정전문가인 권한대행이 박 시장만큼 정치권의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보도했고, YTN도 <서울시 권한대행 체제…역점사업 동력 의문>(7월 10일 김학무 기자) 역시 비슷한 취지로 전망했습니다.

 

‘과거 업적’을 조명하는 것과 ‘특정인이 없는 경우 벌어질 일’을 예단하는 것은 명백히 다릅니다. 이런 보도는 피해자 고소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손해를 보게 될지 추측하게 만들어 피해자를 더 공격하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오직 특정인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 사람이 없으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예측은 생전 시민사회와 협력을 중시한 박원순 시장의 철학과도 배치됩니다. 고 박원순 시장이 추진한 일이 정말 중요했다면, 그의 죽음으로 정책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보다는 앞으로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심층보도를 하는 게 필요할 것입니다.

 

‘정쟁’으로 소비한 보수언론

일부 보수언론은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기사로 정쟁을 부추겼습니다. ‘친여 논객’, ‘친여 커뮤니티’ 발 자극적 발언과 ‘반대진영’ 유투버 등의 망언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부각했습니다. 조선일보 <‘성인지 감수성’ ‘피해자 중심’은 어디갔나…진보·여권의 두 얼굴>(7월 13일 정석우‧최연진 기자), <피해자 2차 가해와 망자 조롱 최소한의 품격도 무너진 사회>(7월 13일 이해인‧남지현 기자)는 친여 커뮤니티에서 ‘수십 명’이 추천한 글이라며, 박 시장 성추행 혐의와 이순신 장군을 빗댄 글 등을 보도했고, ‘반대진영’ 극단적 유투버의 ‘도넘은 조롱’ 발언과 행위를 함께 전했습니다. 모두에게 비판받는 극단의 발언과 유튜브 행태에 진영 프레임을 씌워 갈등을 부추긴 보도입니다.

 

박원순 시장 조문을 둘러싼 여야 대립도 중계할 뿐 갈등 배경을 짚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두 의원 “조문 않겠다”했다가, 봉변 당한 정의당>(7월 13일 주희연 기자)은 박 시장 조문을 거부한 정의당 일부 의원이 ‘봉변’ 당하고 있는 내용으로만 기사를 채웠습니다. ‘친여 성향 지지자’나 정의당 의원을 비판하는 여당 의원 발언을 ‘따옴표’를 붙여 그대로 전하기도 했습니다. 조문 거부 배경인, 피해자와 연대하겠다는 두 의원의 입장은 두 줄뿐이었습니다. 같은 날 한겨레는 <미투 이후에도…‘젠더’ 문제는 진보진영 주변부였다>(7월 13일 박다혜 기자)에서 박 시장을 추모하는 과정에서 성별, 세대별로 엇갈린 반응이 나오는 원인을 한 면을 할애해 분석했고, 경향신문은 <“조문 거부” 진보 야성 부각하는 정의당>(7월 13일 박용하 기자)은 정의당 두 의원의 ‘조문 거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전하면서도 당 안팎의 반발을 두루 살폈습니다.

 

정쟁화의 전형, ‘백선엽 vs 박원순’ 구도

연관성이 부족한 사안을 박 시장 사망과 연결지어 정쟁을 부각한 보도도 있습니다. 7월 10일 사망한 백선엽 육군 예비역 대장의 장지 논란에 대해 중앙일보는 <여야 조문 정치에 광장이 갈라졌다>(7월 14일 한영익‧김기정‧권혜림 기자)에서 “파렴치한 의혹과 맞물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치단체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고 백 장군 “홀대는 도를 넘고 있다”고 했습니다. 두 망자에 대한 예우를 같은 선상에 놓고 단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두 망자의 공통점은 비슷한 시기 사망했다는 사실뿐입니다. 정치권에서 두 망자를 두고 정쟁화한다고 해서 언론까지 덩달아 가세하는 건 갈등만 키우는 꼴입니다.

 

한국일보는 <박원순‧백선엽 조문정국에 다시 두 쪽 난 서울 도심광장>(7월 13일 최은서 기자)에서 백선엽 대장 분향소와 박원순 시장 분향소가 ‘대치 전선’을 그었다며 갈등 상황을 부각해 정치권 정쟁 프레임을 따랐습니다. 한국경제는 <정쟁 불붙은 '조문 정국'…두쪽 난 대한민국>(7월 13일 조미현‧정지은 기자)에서 박원순 시장과 백선엽 장군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을 각각 분리해 쓰고도 한 기사에 넣어 두 망자를 둔 갈등이 있는 것처럼 제목을 뽑고 사진을 실었습니다.

 

‘따옴표’, ‘영상’으로 2차 가해 내용 전달

△ 2차 가해성 게시물에서 피해자를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을 블러처리한 JTBC <뉴스룸>(7/10)

 

언론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하면서 스스로 2차 가해를 행하기도 했습니다. 2차 가해 내용을 따옴표로 직접 인용하며 자세히 그 내용을 설명한 사례입니다. 매일경제 <애도 물결 속...피해여성에 2차 가해 ‘우려’>(7월 10일 이진한‧김금이 기자)는 “고소인을 특정하기 위한 글이 올라왔다”며 해당 커뮤니티 이름을 공개한 것은 물론 게시글 제목과 내용도 직접 인용했습니다. 2차 가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기사에 실으면 해당 내용이 과도한 관심을 불러 피해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호기심에 글을 찾아보거나 검색하는 등 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피해자 2차 가해와 망자 조롱...최소한의 품격도 무너진 사회>(7월 13일 이해인‧남지현 기자), 중앙일보 <추모에 묻혀버린 진실...고소한 그녀는 홀로 떨고 있다>(7월 13일 우상조‧김수정 기자), 한국일보 <“남**로 다 바꾸자...”또다시 도 넘는 2차 가해>(7월 13일 김정현 기자) 등은 2차 가해에 사용된 표현을 본문에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심지어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온라인판 기사에서는 2차 가해 표현을 ‘따옴표’ 제목으로 인용해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방송사 보도는 해당 게시글을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SBS <고소인 향한 2차 가해…경찰, 엄중 조치>(7월 10일 장훈경 기자), TV조선 <“고소 ** 색출하자”…2차 가해 논란>(7월 10일 이재중 기자), MBN <받은글에 가짜 사진까지…“2차 가해 엄중 조치”>(7월 11일 박규원 기자), YTN <도 넘은 2차가해…‘장례 방식’ 반대 청원 봇물>(7월 11일 고한석 기자) 등 다수 보도에서 2차 가해성 게시글이 그대로 방송됐습니다. 피해자가 해당 보도를 접했을 때 정신적 고통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댓글이나 SNS 공유 등을 통한 2차 가해를 재생산할 우려도 큽니다.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해야만 2차 가해를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경향신문 <추모를 넘어선 2차 가해 등장에…피해자 곁 지키는 시민들>(7월 11일 이보라‧김형규‧오경민 기자)은 “일부 시민들은 피해자 신상털기식 글을 게재했다”고만 서술했고, 한겨레 <피해자 호소 직시가 ‘박원순 추모의 길’>(7월 13일 박윤경 기자)처럼 “정치적 음모론”, “비난” 등 표현으로 2차 가해 내용을 대체해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JTBC는 <고소인 찾는다? 피해 우려…‘허위사실 유포’ 수사>(7월 10일 하혜빈 기자)에서 2차 가해 게시글 중 피해자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은 블러처리했습니다. 다른 방송사보다는 낫지만, JTBC도 게시글의 일부 내용을 클로즈업해 보여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시한 ‘성폭력범죄 보도 세부 권고기준’은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보도가 오히려 2차 가해를 일으키고 재생산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면밀히 고민하여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o 방송 : 2020년 7월 10~1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평일)/<뉴스와이드>(주말),

o 신문 : 2020년 7월 10~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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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엔 ‘뒷전’인 언론의 코로나19 보도

신문 2020. 9. 20. 22:43

코로나19 재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감염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대응책 마련을 위해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언론의 역할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감염병보도준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6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모니터하여 문제보도를 3가지 유형으로 정리했습니다.

 

1. “뚫렸다” “패닉”, 감염병보도준칙 제정에도 여전한 극단표현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4월 28일 감염병보도준칙을 제정하여 발표했습니다. 감염병보도준칙은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을 쓰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전달돼 불안을 가중하거나 불필요한 보도경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되자 관련 언론보도 역시 늘고 있는데 여전히 감염병보도준칙을 지키지 않고, 공포감을 유발하는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녁종합뉴스 “뚫렸다” 재등장, TV조선 “폭발 지뢰밭”까지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를 대상으로 ‘뚫리다’는 표현이 등장한 횟수를 확인한 결과 8월 21일부터 24일까지 TV조선 3건, JTBC 1건의 제목에서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TV조선은 8월 21일부터 사흘 연속 <경찰 심장부 뚫렸다…예비군훈련 취소>(8월 21일 노도일 기자), <대형병원 잇따라 뚫려…전국 안전지대 없다>(8월 22일 강석 기자), <외교부 청사도 뚫렸다…출입 통제>(8월 23일 고서정 기자)에서 경찰, 대형병원, 외교부 등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공공기관과 의료계의 방역체계가 ‘뚫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날짜

방송사

제목

8/21

JTBC

사라진 '코로나 안심지대'...전국이 다 뚫렸다

8/21

TV조선

경찰 심장부 뚫렸다…예비군훈련 취소

8/22

TV조선

대형병원 잇따라 뚫려...전국 안전지대 없다

8/23

TV조선

외교부 청사도 뚫렸다...출입 통제

△ 코로나19 ‘뚫리다’ 표현을 사용한 방송보도 사례(8/21~24)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은 ‘뚫리다’는 표현보다 더 자극적인 단어도 사용했습니다. 8월 24일자 <감염집단 최소 30개…전국 ‘폭발 지뢰밭’>(송민선 기자)에서는 집단감염을 ‘폭발 지뢰밭’이라는 선정적 표현으로 묘사했습니다. 감염병 확산에 대한 자극적 표현으로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는 제목입니다.

 

△ 코로나19 집단감염을 ‘폭발 지뢰밭’에 비유한 TV조선 <뉴스9>(8/24)

 

공포·대란·대혼란·패닉 등, 신문의 다양한 문제표현

신문 보도에서도 문제 표현은 등장했습니다. 8월 20일부터 24일까지 6개 중앙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확인한 결과 매일경제 5건, 한국경제 3건, 한국일보 3건, 조선일보 2건, 동아일보 2건, 중앙일보 1건의 문제보도가 확인됐습니다. 해당 보도에서는 ‘공포’, ‘대란’, ‘대혼란’ 등 직간접으로 불안감을 일으키는 단어가 사용됐습니다.

 

날짜

신문사

제목

8/20

동아일보

‘코로나 후유증’ 공포

8/21

동아일보

코로나 공포로 신경 못썼는데…북극권 빙하가 이상해

8/22

조선일보

예식장‧학원, 코로나 환불 대란…고객도 업주도 날벼락

8/22

조선일보

코로나 환불 대란…고객도 업주도 날벼락

8/24

중앙일보

공포 먹고 큰 2차 재난지원금 논의

8/20

한국일보

당국, 7시간 주고 ‘기숙학원 퇴소’ 지시…대형학원 대혼란

8/20

한국일보

파주에서 종로로…낯뜨겁게 뚫린 K방역

8/24

한국일보

원주‧청주 등 수도권 인접지역도 ‘감염 패닉

8/20

매일경제

코로나 공포 뚫고…코스피 하루만에 안정세

8/21

매일경제

코로나 재확산 공포…코스피 3.6% 급락

8/22

매일경제

전국이 뚫렸다…문 방역 방해땐 체포 구속

8/24

매일경제

코로나 재확산 유통가 패닉 추석특수 사라지나 발동동

8/24

매일경제

방문객 126만명 뚝…해운대 상인 파산 공포

8/20

한국경제

“출장‧회의‧회식 없애라”…셧다운 공포에 기업들 ‘3무 방역’ 돌입

8/22

한국경제

이재갑 “고용대란, 외환위기 수준 넘을 수도”

8/22

한국경제

삼성‧LG 또 뚫려 커지는 ‘셧다운 공포

△ 불안감 유발 표현을 사용한 신문보도 사례(8/21~24) Ⓒ민주언론시민연합

 

일부 전문가의 추측성 발언이나 본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내용을 제목에 사용해 불안을 심화시킨 기사도 적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 <“방역조치 제대로 안하면 1주일 뒤 하루 1000명 이상 확진”>(8월 22일 김상운 기자)는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의 발언을 제목에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본문을 살펴보면 이 교수의 발언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내용이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동아일보 보도 약 1주일 뒤인 8월 28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71명이었습니다.

 

조선일보 <하루 확진 324명 전국 다 퍼졌다>(8월 22일 양지호 기자)는 제목에서 ‘전국 다 퍼졌다’고 적시해 전국 확산을 사실인 양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본문에는 제목에 등장한 ‘전국 확산’이 없습니다. 과도한 추측이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전달하는 보도의 경우 되레 불안감을 키울 수 있습니다.

 

 

감염병보도준칙 제정, 왜 언론은 바뀌지 않나

신문을 비롯한 언론보도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불안감을 유발한 경우는 처음이 아닙니다.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확산이 시작된 2월 중순 언론보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대구 첫 확진자 발생 직후인 2월 17일부터 20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 기사제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동아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은 8월 중순 광복절 집회발 대규모 확산 시기와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치의 자극적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도기간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한겨레

한국경제

매일경제

합계

8/20~8/24

(광복절 집회발

대규모 확산 시점)

0

2

2

1

3

0

4

6

18

2/17~2/20
(신천지발

대규모 확산 시점)

1

2

8

1

4

2

5

6

29

△ 코로나19 기사 제목에 등장한 불안감 유발 표현 수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는 감염병보도준칙을 제정하면서 “추측성 기사나 과장된 기사는 국민들에게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감염병을 퇴치하고 피해 확산을 막는데 우리 언론인도 다함께 노력하다”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전히 일부 언론은 방역에 해를 끼치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 대구경북 신천지발 대규모 확산 시점에 과장된 표현 사용한 동아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 매일경제 기사 제목

 

2. 광복절집회 비판 나오자 ‘민주노총’ 끼워 넣은 조선미디어그룹

8월 15일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재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방역당국은 8월 19일 정례브리핑에서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확진자가 10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광화문집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조선미디어그룹은 같은 날 진행된 민주노총 기자회견을 끼워 넣어 비판의 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민주노총 집회 꼬투리까지 찾아내 진영논리 만들다

TV조선은 8월 21일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 유일하게 ‘진영 장관이 민주노총도 검사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 서범수 의원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TV조선 <야 “민노총도 광화문 집회했는데…”>(8월 21일 이태희 기자)는 리포트 마지막에 “지난주 광복절집회엔 주최측 추산 약 2000명의 민노총 회원들이 참석했”다더니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고, 나란히 서서 춤을 추고 마스크를 내린 채 대화도 나눴다고” 설명했습니다.

 

TV조선은 하루 뒤에는 팩트체크 꼭지인 ‘따져보니’에서 정부가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검사를 하지 않는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을 다뤘습니다. TV조선은 <따져보니/‘턱스크’에 다닥다닥 ‘무풍지대’ 이유는?>(8월 22일 최지원 기자)에서 민주노총 집회 참석자들이 “집회 도중에는 다닥다닥 붙어 서있는 모습과 마스크를 턱에 내리고 단체 구호를 외쳤다”를 보도했습니다. 이어 “민노총 추산 2000명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가 신고한 광화문 집회 참석 인원도 2000명이었거든요”라며 민주노총 집회도 급속 전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TV조선은 전날 방영한 진영 장관이 답변을 머뭇거린 영상을 보여준 뒤 민주노총 집회도 확산이 가능함에도 정부가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보도 마지막에 박정훈 앵커는 “바이러스가 진영을 골라서 전파되는 건 아니니까 정부도 고민을 해봐야겠군요”라고 주장했습니다. 광화문집회의 집단감염이 문제가 되자 TV조선은 비판의 대상에 민주노총을 끼워 넣어 진영논리를 만든 것입니다.

 

△ 광화문집회와 민주노총 기자회견의 규모가 같다고 주장한 TV조선 <뉴스7>(8/22)

 

이런 보도는 신문에도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 <민노총 집회는 왜 검사 안하나 묻자…대답못한 진영>(8월 24일 권순완‧이건창 기자)는 “경찰은 보수단체 집회엔 해산명령을 내렸지만 이들에겐 해산명령조차 내리지 않았다”며 “국민 안전 앞엔 여야 구분이 없다. 진영대결, 이념대결로 갈라치기를 하지 말라”라고 발언한 서범수 미래통합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중앙일보 <여권의 광화문집회 공격, 그날 종로엔 민노총도 있었다>(8월 21일 고정애 기자)도 “늘 그렇듯 진실은 복잡미묘하다. 전 목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15일 광화문 바로 옆 종로엔 2000명의 민주노총 ‘기자회견단’도 있었다. 여권이 이들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정부 방역조치를 정치적 행위로 프레임화한 것입니다.

 

 

‘광화문집회 5만명’에서 ‘민주노총과 같은 2천명’으로 수정하기도

감염병이 특정집단에서 확산될 때 ‘특정집단에 대한 비난은 감염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원론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그 집단이 애초 감염억제에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번 재확산에서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광화문집회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이유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이미 8월 초 집단감염이 발생한 상태에서 자가격리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도심집회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집회 참가를 사실상 방조한 사람들이 비난받는 이유도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광화문집회에 참석할 확률이 극히 높음에도 집회가 강행됐기 때문입니다.

 

현재 민주노총 측에 의하면 집회 참석자 75%가 검사를 마쳤고 이중 확진자는 1명입니다. 그런데 조선미디어그룹은 비판여론에 대한 정확한 분석도 없이 민주노총 집회를 끼워 넣어 진영논리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8월 초부터 커피 전문점, 식당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은 타당합니다. 그러나 유사하지 않은 두 사례를 정파성을 씌워 진영논리를 만드는 것은 진실을 숨기는 것입니다. 특히 TV조선은 <마스크 없이 16분 연설하고 마이크 넘겨>(8월 17일)에서 “주최측 추산 5만명”이라고 보도한 광화문집회 참가자 수를 “광화문집회 참석 인원도 (민주노총 집회와) 똑같은 2천명”이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보도한 내용까지 부정해가며 진영논리를 만들기 위해 안간 힘을 쓴 셈입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노동자 혐오’ 이용하려는 시도 멈춰야

조선미디어그룹이 진영논리를 위해 민주노총 집회를 끌어들인 이후 다른 언론에서는 민주노총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오보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디어오늘 <“민주노총 방역거부” 보도는 오보였다>(8월 26일 김예리 기자)에 따르면 8월 25일 문화일보, 서울신문은 ‘민주노총이 광복절집회 참가자 2000명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고 보도했지만 확인 결과 오보로 드러났습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민주노총은 명단 제출을 거부한 적이 없을 뿐더러,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논의를 시작했을 때부터 명단 제출에 협의해왔다. 26일 오전 9시 명단을 제출하기로 결정해 이를 알렸다”고 밝혔습니다. 문화일보, 서울신문의 보도는 민주노총에 문의 한 번만 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오보였습니다.

 

문화일보, 서울신문의 오보를 비롯해 조선미디어그룹이 진영논리를 만들기 위해 민주노총 집회를 끼워 넣은 배경에는 뿌리 깊은 노동자 혐오 정서가 있습니다. 간단한 사실관계 확인조차 거치지 않았음에도 ‘민주노총이라면 그랬을 것’이라는 심리가 반영되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은 노동자 혐오를 코로나19 보도에까지 이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혐오를 조장해 억지 분노를 만드는 것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방법이 결코 아닙니다.

 

 

3. 누가 감염병을 정치쟁점화하는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재확산 책임이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목사와 정부 중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감염병 확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치권 공방을 생중계하며 사실상 미래통합당 입장과 일치하는 사설을 냈습니다.

 

 

정치공방 다루는 듯하면서 정쟁에 동참

조선일보 <여 “종교의 탈을 쓴 극우가 코로나 퍼뜨려”>(8월 24일 최연진 기자)는 코로나19 재확산 책임을 묻는 양당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들의 미래통합당 비판 발언을 소개한 뒤 “민주당은 광화문집회를 방조했다며 ‘통합당 때리기’도 계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익명의 통합당 관계자가 “민주당이 광화문집회를 고리로 해 ‘전광훈=통합당’ 프레임 씌우기를 진행하고 있다”, “국가적 재난사태를 정략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내용도 전달했습니다.

 

같은 날 조선일보 사설 <80%가 지역 감염인데 여는 ‘코로나 정치’만>(8월 24일)은 직접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며 정부책임론을 부각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코로나19 재확산을 일부 극우세력의 의도가 담겼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여당 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상식 밖 주장까지 하나”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어 “지금 정부가 큰소리칠 상황도 아니다”라며 정부가 광복절 대체 휴일을 지정하는 등 부적절한 대응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설 마지막에는 “이 정권은 올초 신천지 사태 때도 방역보다 정치를 앞세워 총선에 적극 활용했다”더니 “한번 재미를 보고 나니 이번에도 부동산 참사에 쏠린 눈을 돌리기 위해 ‘코로나 정치’에만 몰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보도에서는 정치 공방을 다루고, 사설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정부책임론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입니다.

 

 

미래통합당 입장과 동일한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 사설의 정부 비판 내용은 미래통합당이 8월 23일 진행한 코로나19 관련 긴급대책회의에서 등장한 내용과 거의 같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동산정책 실패 등 총체적 위기로 민심이 분노하는 상황에서 이때구나 하며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정국 장악에만 매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정부가 코로나19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사설 마지막에 언급한 정부비판 논리는 결국 김종인 위원장과 미래통합당의 논리와 같았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방역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재확산의 책임을 따지는 불필요한 정치공방은 방역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불필요한 정치공방을 벌이는 정치권을 비판하며, 방역을 위한 협치를 주문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설로 미래통합당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다시피 하며 직접 정치공방에 뛰어든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같은 방식의 보도로는 방역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올바른 언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8월 21일~2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