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기금 몰아주고 전공의들 '극한 투쟁' 등 떠미는 의사들

신문 2020. 9. 2. 09:35

수십억 기금 몰아주고 '가짜뉴스' 여론몰이
의사총연합 등 3300여개 계좌에서
대전협 투쟁기금 명목 20억대 전달
의사 대화방 조직적 '실검 띄우기'
'공공의대 게이트' 등 가짜뉴스 유포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수십억원대 투쟁기금을 모금하고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후원내역’을 보면 지난달 15일을 기준으로 3300개가 넘는 계좌에서 대전협에 투쟁기금 명목으로 후원금이 전달됐다. 대한피부과의사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등 5곳이 1천만원 이상 후원자에 이름을 올렸고, 강남구의사회·부산시의사회 등 10여곳은 500만원 이상을 후원했다. 그 밖에 개인병원 등에서 모인 후원금을 추산하면 1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께 대전협 투쟁기금으로 20억원 가까이 모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대전협은 지난달 15일까지 후원 내용을 정리해 이튿날 누리집에 공개했지만 지금은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다. 대전협의 적극적인 투쟁기금 모금은 이날도 이어졌다. 의사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박지현 비대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안내문에는 “대한민국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이바지하고자 전국의 1만6천 전공의는 단체행동을 결의했다. 용기와 응원을 부탁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계좌번호가 공개됐다.

현역 의사들은 이처럼 수십억원에 이르는 투쟁기금을 모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한 개원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10% 안팎에 그쳤지만 막후에서는 의사들이 적극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3천명이 넘는 현역 의사들이 모인 한 메신저 대화방에서는 매일 키워드를 정해 오후 2시께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올리도록 독려하는 ‘실검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2시께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공공의대 게이트’였는데 의사 대화방에선 관련 내용을 29일부터 공지했다.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서울대병원 교수로 우선 채용해준다는 등의 가짜뉴스다.

보건복지부가 “가짜뉴스로 혼란을 가중시키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의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앱으로 검색하면 실검에 안 오르니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지침도 내렸다. 실제로 이들 방에서 논의한 ‘공공의대 게이트’는 30일 오후 2시 실검 1위에 올랐고 31일 오후 2시에도 이들이 생산·유포한 검색어(‘북한에 의료인 파견’)가 실검 1위가 됐다. 북한에 재난이 발생할 경우 의료인력을 긴급지원할 수 있도록 한 여당 의원의 법안을 꼬집은 검색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선배 의사들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대안을 제시하거나 의협 차원에서 정부와 협상을 시도할 생각은 않고 가짜뉴스만 전파하며 ‘끝까지 싸워봐’라며 돈만 보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파업에 뿔난 민심.."범죄에도 면허취소 못하는 의료법 개정"

신문 2020. 9. 2. 09:31

대한의사협회가 동네의원 중심의 전국 집단 휴진에 돌입한 14일 서울 시내의 한 피부과에 휴진 안내문이 붙어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에 반발하며 이날 총파업을 예고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의사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공백이 심화되자 '뿔난 민심'이 마침내 의료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행 의료법이 의사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반면 책임을 약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비상 상황에서도 의료계가 총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은 '철밥통' 의사면허를 보장하는 현행 의료법에 있다는 것이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5만9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게시된 지 하루 만이다. 이 청원에서 지적하고 있는 의료법은 지난 2000년 당시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안 의료법 개정안이다. 2000년 이전에는 업무상 과실치상ㆍ치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정지될 수 있었지만 개정 이후에는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취소가 가능해졌다.

의사는 살인이 성폭행,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보건당국이 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군이 일반 형사범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관련 자격이 취소되는 것과 비교하면 취소 기준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의료 사고를 낸 의료인이 버젓이 진료 행위를 이어가는 일도 빈번하다. 게다가 허위진단서 작성, 리베이트, 업무상 비밀 누설 등 의료법에 명시된 요건으로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재발부받는 데 제한은 없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면허 재교부를 신청한 의사 97.4%가 면허를 회복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들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면허 규제를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며 "의료계를 비롯한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의료인 면허 규제와 징계정보 공개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의사 10명을 고발하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더욱 심화된 가운데 이같은 의료법 개정이 단기간에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의료법 개정 자체가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의사들에 대한 국민 감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의료법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은 커졌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K-방역 무너뜨리고 한국경제 위험에 빠뜨린 세력들

신문 2020. 9. 2. 09:25

[같은생각 다른느낌]무책임한 행위를 바로 잡지 않으면 어떤 방역이나 경제대책도 무용지물

[편집자주] 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8월에 터진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 발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30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사실상 3단계에 준하는 조치다. 문제는 방역 수준을 높일수록 경제가 나빠진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경제성장률을 올해 -0.2%, 내년 3.1%로 예측했지만, 8월 27일 2020년 –1.3%, 2021년 2.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코로나19의 국내감염이 확산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이 제한돼 상반기(–0.8%) 보다 하반기(–1.8%) 어려움이 더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우리나라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상당히 선전했다. OECD국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평균이 1분기 –0.9%에서 2분기 –10.9%로 급락했지만 한국은 1분기 1.4%에서 2분기 –2.9%에 그쳐 OECD국 중 1분기 6위에서 2분기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 감소에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고 긴급재난지원금과 전면적인 봉쇄조치 없는 방역으로 소비지출이 덜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경제동향에서는 일부 지표가 크게 나빠졌으나 희망의 단서를 보여주는 신호가 나왔다. 7월 전체 고용률은 60.5%로 전년 동월 대비 1.0%p 하락했고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상승했다. 특히 상용직은 34만6000명 늘었으나 임시·일용직이 43만9000명 줄어들어 저소득층의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5월부터 3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폭과 고용률 하락폭이 축소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또한 8월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 동향’에 의하면 전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0.1% 증가해 6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됐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공업, 건설업, 서비스업 생산이 점차 회복 중이나 아직 전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계와 기업에서는 보다 긍정적인 견해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 의하면 소비자심리지수가 88.2로 전월 대비 4.0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4월(70.8)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또한 26일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제조업 업황BSI가 66으로 전월에 비해 7p 상승했으며 다음달 업황전망BSI(68)는 전월에 비해 7p 상승했다. 비제조업 업황BSI은 66으로 전월에 비해 1p 상승했고 다음달 업황전망BSI(69)도 전월에 비해 6p 상승했다.

그러나 이는 8월 집단감염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로 9월 이후 방역과 경제는 미궁 속이다. 8월 집단감염 확산으로 방역을 2.5단계로 격상했지만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2주간(8월 18일~8월 31일) 전체 확진자 4432명 중 감염원 미확인 사례가 1007명(22.7%)으로 지난 4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번주 하루에 800~2000명까지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고, 코로나19 비상대응본부 실무단장인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내후년(2022년)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또한 감염확산은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증시는 공매도 제한 기한을 6개월 뒤로 연장했는데도 하락했다. 상승세를 이어왔던 코스피 지수는 8월 13일 2437.53에서 31일 2326.17까지 111.36포인트(-4.6%) 하락했다.

그동안 가까스로 연명했던 숙박·음식점업과 여행업계는 패닉 상태다. 당초 여행과 외식 쿠폰으로 9월 이후 숙박, 외식업계가 일부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8월 집단감염은 이마저도 무산시켰다. 10인 이상 집합금지로 학원, 독서실 등은 사실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며 실내체육시설은 집합이 금지됐다. 커피점은 포장, 배달만 허용되며 음식점도 밤 9시 이후는 포장, 배달만 허용된다. 차라리 코로나 감염 초기였다면 3단계라도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7개월 가량 지속된 감염 확산으로 버틸 만큼 버틴 자영업자들이 한 고비 더 넘어가기엔 숨이 차다.

이처럼 코로나19 감염이 장기화되면 생존을 위해 방역과 경제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다른 한 쪽이 무너질 수 있다. 지나치게 방역을 강화하면 경제가 침체되고 반대로 경제만 강조하면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정부가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전이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까지 이행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8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는 그동안 힘들게 거둔 K-방역의 성공과 한국경제의 성과를 산산조각 내면서 방역을 무너뜨리고 경제를 위험에 빠뜨렸다. 상대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내세워 전 국민의 건강과 생계를 위협해 절대적 기본권인 생명권을 위협하고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그런데도 8월 집단감염을 촉발시키고도 잘못을 뉘우치기커녕 숨거나 거짓말로 일관해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여전히 일부 교회는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한 채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고 광화문집회 참석사실을 숨겨 일가족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런 무책임한 행위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어떤 방역이나 경제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