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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il Kim

11/21 사회현상의 변화: 출산과 결혼 그리고 자살

1.

2020년 2분기까지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4명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을 감안하면 2020년 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8대에 도달할 전망이다.

2019년 신생아 수는 302,700명이었고, 이는 2018년 대비 7.4%(24,100명) 감소한 수치이며 올해는 3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매년 역대 최저 출산율을 갱신하는 중이다.

2.

출산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애를 낳아서 키우기 힘든 환경, 특히 임신,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이 많이 대두가 되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이 점점 보장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 부분은 분명 좋은 현상이고 더 발전하고 보장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율의 기준은 한 여성의 가임기간(15세~49세) 동안의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여성 혼자서 아기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책을 만드는 중요한 기준을 잘못 설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3.

2000년~2016년까지의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2000년 이후 기혼 여성의 출산율은 도리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기혼 여성이 출산율은 2.26명이다. 일단 결혼만 하면 (혹은 할 수만 있다면) 출산율은 2.0 이상의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볼 때 출산율이 낮은 것은 ‘결혼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당하다.

때문에 나는 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성을 ‘저출산 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비혼 시대’라는 접근이 올바른 문제해결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

2019년 대한민국의 결혼율은 239,200건으로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낮았다. 2018년 대비 7.2%(18,500건)나 감소했다. 출산율과 결혼율의 감소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보면 더 설득력이 있다. 1996년 43만 건이던 결혼이 2016년에 20만 건대로 떨어졌고 매년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중이다.

왜 결혼율은 급속도로 감소하는 것일까?

뻔한 답변 같지만 연애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거 웃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단히 심각한 이야기다.

5.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을 할 수 있는 20세~44세 미혼남녀 중에서 연애를 하는 비율은 10명 중 3~4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연애 비율이 33.4%, 여성의 경우 36.5%에 불과하다. 이거 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가장 높은 결혼율을 보이는 30~34세 연령대에 남성의 미혼율은 55.8%, 여성의 미혼율은 37.5%였다. 남성의 미혼율은 25세~29세(90%), 35세~39세(55.8%), 40세~44세(22.5%)이고, 여성의 미혼율은 25세~29세(77.3%), 35세~39세(19.2%), 40세~44세(11.3%)였다.

6.

즉 애초에 결혼을 전제로 하는 연애조차 하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이 통계에는 (매년 결혼율 대비 절반 수준의) 이혼은 빠져 있기 때문에 실제 독신자의 숫자는 매우 많다. 우리 사회의 구조가 많이 달리진 것인데 이혼은 오늘 주제가 아니니 일단 논외로 하자.

7.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연애를 해야 하는데 연애를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즉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를 포기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3포 시대에 3포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서글픈 일이다.

결혼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젊은 나이에는 일자리를 얻기 위한 학업이나 취업준비를 위해 연애를 못하고, 결혼을 생각할 나이에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고 경제적 능력이 받쳐주지 못해서 결혼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현실이다.

8.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발간한 결혼과 고용의 안전성을 분석한 <저출산과 청년 일자리>라는 보고서를 보면 대한민국의 결혼 시장은 여전히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이 이를 보조하는 이른바 ‘남성생계자 모델, 여성 가계보조자 모델’이 지배적인 시장이다.

이 결혼 모델의 옳고 그름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통계적으로 남성의 일자리가 안정적이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율이 높다는 것이다.

9

가장 낮은 소득분위 1분위에 속하는 20~30대 남성 결혼비율의 6.9%인 반면 가장 높은 소득분위 10분위에 속하는 남성은 82.5%에 달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이는 노골적으로 말하면 능력이 되지 않는 남성은 여성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10.

반면 여성들의 경우 소득 수준이 높고 전문직 여성들일수록 도리어 결혼 비율이 낮다. 이는 남녀 모두가 보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능력(소득수준)이 한 단계 이상 높은 결혼 상대자를 원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결혼 시장에서는 조건이 좋은 여성과 조건이 나쁜 남성들만 남게 되는 것이다.

11.

최근 언론에 많이 보도되는 내용 중에 ‘20대 여성 자살율’에 대한 분석 기사가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4.6명의 자살율을 기록한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위해 예방센터 등 확산을 통해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들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옳다.

20대 여성의 자살율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언론 보도를 통해 본 그 원인과 해결방안의 제시가 나는 좀 많이 이상했다.

12.

<슬랩>이라는 젠더미디어가 분석하고 한겨레 등 진보 매체가 이 내용을 꽤 비중있게 보도한 20대 여성의 자살 이유는 ‘2차 세계대전 일본 전후 세대가 겪었던 코호트 효과’와 유사하다고 한다. 코호트 효과란 특정한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인구집단을 말한다.

일본 전후 세대가 ‘전쟁을 겪으면서 느낀 상처’ 때문에 전후 직후에 자살율이 높았는데 오늘 날 대한민국의 20대 여성들이 겪고 있는 것이 비슷한 상처를 받고 있어 이것이 ‘자살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13.

여기서 20대 여성이 겪고 있는 상처란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핵심 인력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로 서비스 업종에 종사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실업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20대 여성 실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침묵을 ‘조용한 학살’이라고 부른다고 <슬랩>에서 인터뷰한 중앙대 간호학과 장숙랑 교수는 주장했다.

현재의 결혼과 출산 등 가족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은 결혼 생각이 없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그 혜택에서 배제된 여성들에게 자살율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유독 20대 미혼 여성만 그런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 주장을 보면서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14.

20대 딸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또 내 딸이 닥쳐올 미래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지만 좀 더 구체적인 수치 확인을 위해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2019년 자살자 수 20대 여성 534명, 30대 30대 여성 692명, 40대 여성은 703명이었다. 20대 남성 772명, 30대 남성 1,222명, 40대 남성 1,885명, 50대 남성 2,165명, 60대 남성 1,602명 이었다.

단순 통계로 비교해도 남성이 여성보다 2.4배 자살율이 높고, 5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비교하면 4.05배 50대 남성이 높다. 주장이 무언가 좀 많이 이상했다.

15.

일단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금 힘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특성 세대, 특정 성별, 특정 계층만 힘들다는 주장이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주장일까?

또한 이 통계는 최근 10년 동안의 사회적 추세가 누적된 결과의 반영인데 ‘50대 남성 자살율’에 대해 언론이나 학계에서 원인을 분석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고사하고 사실은 문제 제기를 하는 것조차 본 적이 없다. 50대 남성은 정말 사회적으로 쓸모가 없구나…. ㅜㅜ

반면 50대 남성 꼰대론, 개저씨 이야기는 정말 많이 나온다. 물론 50대 남성이 꼰대가 많고, 개저씨가 많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말이다. 젠장, 찔리네…

16.

나는 비록 사회학자가 아니지만 출산율과 자살율에 관련한 기사들을 읽어보고 무언가 이상해서 직접 통계를 찾아보고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출산율이 문제가 아니라 결혼율이 문제이다.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 문제 좀 더 직접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분야와 직무를 가리지 않는 광범위한 비정규직 일자리,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저임금의 확산은 청년들에게 만성적인 저소득과 고용불안 상황을 강제한다. 이런 일자리(소득)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은 불가능하다.

17.

둘째 정부와 기업은 일자리를 잡아 먹는 자동화 기술, 플랫폼이 확산되더라도 청년들이 충분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고, 노동계는 ‘사회적 대타협’에 참여해서 그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나는 이를 분배 체계에서의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는 방안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지난번 글에 설명했듯 노노갈등을 일으키는 나이 많은 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한 투쟁을 해서도 안되고, 동일한 노동자 계급이라 할 수 있는 자영업자들도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18.

젊은 세대를 위해서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하자면 비대면 시대에 더더욱 힘을 발휘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교육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 창출에 노사정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결혼율과 출산율이 늘어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

세째 현재 10대와 20대 남성들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공정성’에 대한 화두가 필요이상으로 대립 구조로 나가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여성계의 주장이 일관성이 없고 차별을 막기 위한 방식을 역차별의 논란이 있는 정책을 주장하는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가령 소방공무원, 경찰공무원 여성 인력을 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요즘 같이 모두가 힘든 시대에는 정말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이다.

20.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예산이 수년간 상당히 투입되고 있고, 그 방안에 여성계의 의견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원인에 대해서 좀 더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여성가족부>인지 <여성부>인지 노선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1.

사실은 일관성 없는 여성계의 주장을 일베를 포함한 여혐무리들이 교묘하게 퍼뜨리면서 우리사회가 더욱 남녀대결구도로 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일수록 심하게 이 문제에 매몰되어 있는 상태이고, 이는 매우 심각한 사회현상이다.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중에 (이러한 부분이) 어린 남성일수록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기성세대와 정치권에서는 이해해야 하고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

22.

네째 아무리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이지만 그래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전히 언론이다. 어떤 사회적 현상에 대한 보도를 하려면 선동이 아닌 객관적 사실을 담보한 내용이 나오기를 바란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소 귀에 경 읽는 셈 치고 또 한번 지적해 본다.

23.

오늘 포스팅 한 이 사회적 현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고 생존을 위해 어찌보면 더 심화될지 모르겠다.

다만 인구절벽 문제가 그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상태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갈등이 아닌 이해와 배려의 구도로 찾아갈 수 있는 사회적 타협의 방안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출산율과결혼율 #자살율 #포스트코로나시대 #검찰개혁과조국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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