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기자

페이스북 2020. 10. 5. 14:59

강경화 장관의 남편에 대해서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고 60대의 개성있는 삶이 멋지다는 의견도 있다. 굳이 내 생각을 말하자면 나는 후자다. 나는 이 문제는 맞고 틀리고,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라고 본다. 광화문에서 태극기 흔드는 60대 남자보다는 교수 정년을 3년이나 남았는데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고 훌훌 털고 낙향했던, 개성있는 삶을 추구하는 그가 훨씬 멋져 보인다. 나는 다양성이 살아있는 세상이 좋다.

 

 

 

호진석

2시간

 

<이일병을 위한 변명...>

#1

결론부터 먼저 쓴다. 난 늘 궁금했다. ‘그래서 뭐?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이런 말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나올 수 있지 않는가? “나를 지적하고, 내 일을 평가하라고. 내가 일하지 내 부모배우자자식이 일해?”

#2

그럼에도 새가슴에 실천력 바닥이며 게을러터진 나는 그냥 참고 살지도 모른다. 내 행동으로 피해 받을지 모를 가족들 생각에. 꾹꾹 참고, 홧병으로 자리할지언정 담아두고, 한없이 담아두고. 그러다 죽겠지 뭐. “젠장. 그 때 그냥 할 걸”하면서.

#3

그러면서 떠들고 다닌다. “자기 인생을 살아.” 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렇게 살면 누구의 가족으로 부적절 어쩌구저쩌구. 참고 살면 인생의 참 뜻을 모른다고 구시렁구시렁.

아니, 오며가며 자가격리 등 방역조치 다 지키고, 십수년전부터 계획해왔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 하는 게 그리 매도당할 일이냐? 그럼 맨날 가족을 위해 제 하고픈 것 참으며 밤이나 깎고 제사상이나 차리며 온갖 시중 다 들고 살다 꼬부라져 늙어 죽는 게 올바른 삶이냐?

#4

2005년 7월, 비고시 출신으론 처음으로 외교부에서 국장급 외교관이 나온다.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에 임명된 강경화(당시 나이 50)는 1977년 연세대 정외과를 졸업한 뒤 KBS 국제국 영어방송 아나운서 겸 PD-유학(미 매사추세츠 주립대 언론학 박사)-연세대 조교수-아나운서-국회의장 비서관-대통령 통역을 거쳤다. 1998년 국제 전문가로 외교부에 특채된 뒤 장관 보좌관을 지냈고 국제기구심의관으로 일하다 2001년 주유엔 대표부 공사참사관에 임명돼 3년간 일했다.

그녀는 커리어 우먼의 영원한 ‘숙제’, 일과 가정의 간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남편(이일병 연세대 전산과학과 교수)과 엄마의 바깥 활동에도 불구하고 잘 자라주고 있는 두 딸(21,17)과 아들(16)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그 몇 달전인 4월 태백에서 열린 혼다코리아 레이싱 및 라이딩 스쿨.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인 이곳에 하얗게 물든 머리를 짧게 자른 한 중년 남자가 가죽잠바를 걸친채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었다. 서울에서부터 3시간을 넘게 모터사이클을 타고 행사장에 도착한 그는 관련 일정을 마친 후 다시 홀로 모터사이클을 몰고 서울로 돌아갔다. 그가 강경화의 남편 이일병(당시 나이 52)이다.

그는 퇴임 후 경남 거제로 귀향해 블로그를 운영하며 살다가 강 장관의 임명에 이렇게 답한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계획에 없던 일이 생겼다"면서 "아내가 원한다면 서울로 올라가 도울 의향도 있으나 정해진 것은 없다"고.

임명 당시 강경화의 재산 목록(11억)에는 배우자 이일병의 재산(21억)이 같이 신고됐는데, 남다른 재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3460만 원 상당 요트(8.5t), 500만 원 상당의 수상오토바이를 포함해 오토바이 3대가 그것이며, 장녀와 장남도 각각 오토바이를 1대씩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기자가 출국하는 이일병에게 ‘강 장관이 혹시 뭐라고 안 그러셨느냐’라고 물으니, "어른이니까",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래도 공직에 있는 사람 가족인데 부담 안 되느냐’라는 질문엔 “나쁜 짓을 한다면 부담이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거 하는 것,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5

1953년생으로 우리 나이 예순 여덟인 이일병이 자식 다 키우고, 사회인으로서의 기여 다 하고 이제 제맘대로 사는 게 뭘 그리 욕먹을 일인가?

당신에게는 그런 마음이 정말 없는가? 노년의 버킷리스트가?

가족들, 특히 부인을 살짝(?) 엿먹이는 결과가 됐지만(이걸 예상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강 장관도 그런 생각을 안 했을까?), 졸라게 쿨하지 않는가?

#6

장관 임명 즈음해서 어느 삼겹살집에서 찍힌 사진이다. 얼굴을 돌리고 있는 두 젊은이는 자식들로 추정된다. 아마 자식들이 그럴 거다. “울 아빠, 짱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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