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내부고발 플랫폼 등장.. "동기끼리 사상 검증, 전체주의 분위기"

신문 2020. 9. 2. 10:50

[스팟인터뷰] 운영자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강연주 기자]

 

 
  트위터 계정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 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 사진이다. 이곳은 의대생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의대생 집단행동 추진 과정에서 문제 제기된 내용들이 증거 사진과 함께 공개적으로 게시되어 있다.
ⓒ 트위터 계정(kmedical_change)

 
"의대생으로서 의대 시험 거부 및 휴학의 이면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거나 동참하지 않는 사람은 '불이익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국가고시 시험 거부, 동맹휴학) 추진 과정에서의 비민주적 요소를 고발하는 SNS 플랫폼이 있다.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라는 이름의 트위터 계정이다. 

위 계정은 의대생들의 내부 고발을 통해서 운영된다. 최근에 논란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증거 자료도 이곳에 올라와 있다. 의대생들의 집단행동 참여 여부 투표가 실명으로 진행됐고, 집단행동에 불참한 일부 학생들의 신원은 개인의사와 상관없이 공개됐던 사건이다. 이외에도 의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구체적인 실물 자료와 함께 공개적으로 게시돼 있다. (관련 기사 : 집단행동 불참 의대생들 "반대하니 실명 유출, 마녀사냥")

<오마이뉴스>는 해당 계정의 운영자와 1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신을 '지역 소재 의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밝힌 운영자는 인터뷰에서 "이번 의대생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공론화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지금의) 단체행동은 휩쓸리고 과열된 면이 많다, 합당한 명분이 없는 파업"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난 지방 의대 재학생... 집단행동 추진 과정에서 문제 심각하다 생각해 공론화 결심"

- 위 계정과, 계정 운영자인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지방 의대에 재학 중인 의대생이다. 최근 의대생·전공의 파업 사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압적인 단체행동을 제보받고, 이를 고발하고 있다. 제보는 트위터 DM(메시지)으로 받고 있으며 하루 평균 2~3개가 들어온다. 제보가 오면 신뢰성을 검증한 후, 제보자와의 소통을 거쳐 공개 가능한 부분에 한해서 게시한다. 아무래도 신상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제보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 관련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의대 자체가 본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번 의대생 국시거부 및 동맹휴학이 결정되는 과정에서는 이런 문제가 더 심각했다고 느꼈다. 이번 집단행동 강행이 결정된 이후에도 시위 참여와 같은 다른 단체행동마저 실명 투표를 단행했고, 불참자에 대한 압박이 이루어졌다. 이걸 보고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결심했다. 내부에서는 의견을 낼 수 없는 분위기여서 우선 외부에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4대악 의료정책(한방첩약 급여화, 의대 정원 4천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궐기대회'가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지난 8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개업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 본인이 생각하는 의대생 집단 행동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선 대부분의 단체행동이 실명투표로 진행되고 있다. 국시거부·동맹휴학에 대해 의대협이 주관한 설문조사에서는 분명 '개인정보는 파기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중에 블랙리스트가 실제로 존재했고, 일부 선배들이 (관련 명단을) 공개하라는 압박을 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이밖에 추가적인 문제가 있다면?
"지난 8월 27일 의대협에서 긴급 회원 명부를 작성한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를 위해 성명/학교/학번/전화번호/이메일의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회원은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었으나, 동의를 거부할 경우 회원 명부를 토대로 진행하는 행사나 단체 행동 참여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항목이 있었다. (제보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학번별 참여율과 작성률을 공개하며 회원 명부 작성에 대해 100% 참여를 권고하고 있었다."

- 의대생들도 이곳에서 제기한 문제에 공감하고 있나.
"이게 가장 심각한 부분이다. 대다수 의대생들이 실명 투표 자체에 대한 문제를 못 느끼고 있다.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의대생 모두가 정책에 반대하고, 단체행동에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 공유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동기들끼리 사상을 검증하기도 한다. 전체주의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
 

 
  트위터 계정 '의대생 시험 거부 및 동맹 휴학의 이면을 고발합니다'에 제보된 내용이다. 지난 8월 27일 의대협에서 긴급 회원 명부를 작성한다는 공지를 올렸고, 이곳을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주장이다. 운영자는 "회원은 개인정보 수집 이용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었으나, 동의를 거부할 경우 회원 명부를 토대로 진행하는 행사나 단체 행동 참여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항목이 있었다"고 말했다.
ⓒ 트위터 계정(kmedical_change)

 
"합당한 명분이 없는 파업"

- 이 계정을 운영하는 게 부담되거나 두렵지는 않나.
"운영 여부를 결정할 때 그런 고민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 현재 의과대학 분위기가 어떤지, 의과대학 생활이 향후 인턴, 레지던트와 같은 직장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활동을 결심한 뒤로 계정을 운영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되레 신상 문제 때문에 더 상세하고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수 없는 게 불편할 뿐이다."

- 의대 집단행동을 비롯해 이번 의료진 집단 파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솔직히 말하면 안타깝고 답답하다. 이번 단체행동은 전공의/의대생이 중심이 되어 전면에서 나서고 있는데, 휩쓸리고 과열된 면이 많다. 합당한 명분이 없는 파업이다. 의사 파업이 강행되는 이상 국민들의 비난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는 상황인데도 의료계와 정부가 힘을 모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가장 지치고 힘든 상황이라고 본다."

- 정부의 공공의료 양성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의사 수와 의료 환경 개선 모두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방의 의료 현실을 직접 겪는 사람들에게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정책에 비판할 지점이 많은 것도 안다.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의료인이라면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정책을 보완해야지,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대 내부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상황이다. 협상이 계속 결렬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지속적으로 합의안을 제안하고, 의료계 측에서는 정책 철회만을 주장하는 이상 (의료계에 대한)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의료진과 의대생들이 정부를 믿고 최대한 빠른 합의를 도출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