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된 의사들 처벌해 달라".. 의료 파업에 뿔난 국민

신문 2020. 9. 2. 09:38

응급실 찾다 숨진 환자 소식에 靑청원서 분노
"집단휴진은 테러 행위, 최대집 살인죄로 처벌을"
"의료법 개정해 의사 면허 취소 기준 낮춰야"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주요 정책 철회를 촉구하며 집단휴진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뉴스1

'히포크라테스 선서(의사 윤리에 대한 선서)'가 무색해졌다. 의사들이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반발해 의료진의 집단휴진이 장기화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료진을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일부는 "의사들의 테러 행위", "괴물집단" 등 격한 반응으로 의료진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집단휴진에 동참한 의료진을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의료진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은 치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찾다가 환자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심장마비로 쓰러진 30대 남성이 의료진 부족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청원인은 지난달 31일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명백한 의료 테러이며, 이미 예견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다. 이들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의사들의 집단휴진으로 결국은 그들이 의도하고 국민이 우려했던 사안이 터졌다.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한 환자들의 사례를 보도한 기사들도 함께 첨부했다.

이 청원인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4명)에도 미치지 못하며, 인구 10만명당 의학 계열 졸업자 수(7.5명)도 OECD 평균(12.6명)보다 많이 낮다는 통계를 들며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의료진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걸 온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며 "의사들은 국민 정서와 거리가 먼 비윤리적이고 독단적인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지막 찾은 응급실, 의사가 '어딜 들어오느냐'고 하더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 논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청원도 게재됐다. 한 청원인은 "국민의 생명을 자신들의 돈벌이로 이용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욕으로 의사들을 선동해 응급실을 찾다가 사망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의사들을 선동하는 최대집은 살인자이다.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게 검찰이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심장이 멎어가던 아빠가 응급실 네 군데에서 진료 거부를 당해 목숨을 잃었다"며 "다른 분들에게는 이런 비극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응급실 및 의료진 부족으로 인한 위급환자 거부 대책 마련'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청원을 올린 이 청원인은 자신이 실제 겪은 일이라며 "지난달 24일 아빠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분명했지만, 네 군데 응급실에서 모두 오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찾은 한 대학병원 응급실 의사는 "들어올 수 없는데 왜 들어왔냐. 위법이니 진정서를 제출하겠다"고 윽박질렀다고 했다. 이 청원인은 "대학병원 두 군데는 집에서 10분 거리였는데 조치를 받을 수 없었다. 솔직히 의사들이 원망스럽다"고 하면서도 "청원을 올리기까지 많이 고민했다. 혹시라도 피해망상으로 비춰지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헌신적인 의료진에게는 실례가 될까 두려웠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무소불위 괴물집단으로 만든 '의료법' 개정하자"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정부의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무기한 집단 휴진 중인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한 전공의가 자신들의 주장이 담긴 홍보물을 내원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뉴시스

의료진의 진료 거부는 2000년에 개정된 의료법 탓이라며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정하자는 청원도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한다'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지금의 의사집단은 의료법 이외의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며 "공권력은 전혀 무서울 게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이 의료악법을 개정해 시민들의 안전과 국가질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은 당시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의사 출신 김찬우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으로, 의료 관련 법을 위반한 경우에만 면허 취소를 가능하게 했다. 법 개정 전에는 업무상 과실치상ㆍ치사 혐의로 금고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정지됐다.

정부가 앞서 지난달 26일 의료진의 현장 복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면서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더라도 의사 면허는 유지할 수 있다. 이 청원은 1일 오후 1시 기준으로 7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이번 파업에 동참한 병원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한 청원인은 "경제 위기 고조로 자영업자들은 밤잠을 이룰 수 없는데, 의사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진정 부끄러움이 없느냐"며 "이런 의사들에게는 국민이 제대로 된 인성교육을 시켜줘야 한다. 이들에 대한 심판은 국민이 할 테니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명단을 공개해 달라"고 적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